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알뜰폰의 반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침체의 늪에 빠졌던 알뜰폰이 달라졌다. 올해 2월 번호이동 시장에서 통신사를 상대로 순증을 기록했다. 가입자를 뺏긴 것보다 뺏어온 게 더 많았다는 의미다. 몇 년째 부진을 계속한 알뜰폰 시장에 오랜만에 날아온 낭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은 통신사로부터 5만2827명을 새로 데려왔다. 반대로 통신사에 넘어간 숫자는 4만8878명이었다. 신규 가입자가 3939명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순증을 달성한 것은 201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알뜰폰 가입자는 통신사 번호이동으로 30만명이 순감한 상황이었다. 때문인지 알뜰폰이 선전한 이번 ‘2월의 승리’에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통신업계와 알뜰폰업계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이다.

예컨대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면서 얻은 ‘반짝 효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통신3사가 마케팅 과열 경쟁을 지양하면서 시중 유통망에 지원금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신규 고객들이 알뜰폰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반면 알뜰폰업계는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노력의 산물로 본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망 도매대가가 인하되면서 요금제 상품은 더 다양해졌고, 금융과 통신의 융합혁신으로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도 냈으니 말이다.

설사 이번 승리가 잠깐의 것이라 해도 알뜰폰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매대가 인하를 기점으로 알뜰폰에서는 저렴한 대용량·무제한 LTE 요금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최저 2만원대에 1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도 있다.

5G 요금제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이 처음 출시한 이후 최근에는 3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됐다. 5G의 경우 아직 알뜰폰 주력상품이 아니지만, 업계는 향후 저가 5G 단말 확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물론 알뜰폰업계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부 알뜰폰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민원 처리 등 사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며, 고객 관리를 위해 열악한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구책 강구도 꼭 필요하다.

최근 들어 알뜰폰과 통신사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는 추세다. 알뜰폰이 통신사 전유물이던 대용량 LTE나 5G 요금제를 내놓는가 하면, 통신사는 알뜰폰 영역이었던 중저가·무약정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다. 경계가 불분명해졌다는 건 이들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신호다.

소비자 관점에서 알뜰폰의 성장은 분명 좋은 일이다.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요금제 경쟁이 활발해진다면 더 저렴하고 질 좋은 통신상품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알뜰폰의 이번 승리가 단발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경쟁 선순환의 발단이 되길 바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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