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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을 줄 알았는데…3년만에 뻗어버린 지상파UHD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지상파UHD 정책방향이 전면 수정된다. 2017년 5월말 주파수 기반의 세계최초 지상파UHD 방송이 시작된지 만 3년이 지났지만 지상파UHD 방송은 그야말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청자 수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투자약속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중으로 UHD 활성화 정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편성비율 등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부과된 의무를 낮춰주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상파UHD 방송을 허가하면서 2027년까지 편성비율 100% 달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목표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제시된 편성비율은 15% 였지만 지상파 3사 어느 한 곳도 준수하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은 4.2%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 중 UHDTV 수상기를 보유하고 별도로 수신안테나를 구매한 가구만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시청자 중 UHDTV를 보유한 이용자가 안테나를 통해 시청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겠지만 편성률 10% 초반에 불과한 지상파UHD 방송을 보기 위해 이같은 불편함을 감내할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정난으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비율을 계속 올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일단 해마다 편성비율을 늘리는 것을 잠정 중단하고 재검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황금알 낳는 UHD 방송? 신뢰만 떨어뜨렸다

허가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2027년까지 총 6조790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고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지상파UHD 방송서비스 시작으로 ▲수신환경 개선 ▲재난·안전 정보 고지 ▲IP 기반의 양방향·맞춤형 서비스등장 ▲이동간 송수신이 기술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 시작 만 3년이 지난 만큼 이같은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해야 하지만 오히려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책 재검토의 가장 큰 이유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투자여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3년전에 대단한 호황을 누린 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시당초 첫단추를 잘못 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가치의 700MHz 주파수도 공짜로 이용하게 해줬다. 700MHz 주파수 논란이 한창이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ETRI의 보고서를 인용, 700MHz 주파수 할당으로 인한 UHDTV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연평균 1조1750억원에, 연 3만명의 고용 유발효과, 지상파 방송프로그램 2169억원 판매효과, 문화 및 관광수익 유발효과도 10년간 10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서비스를 허가하고 주파수까지 할당한 정부나, 공수표만 날린 지상파 방송사들이나, 무리하게 700MHz 주파수를 할당하게 지원한 국회 모두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 유일한 해법 유료방송 재송신, 논의 시작조차 못해

지상파UHD 방송이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안테나를 통한 직접 시청만이 가능한 수신 환경이기 때문이다. 직접수신만을 위해 비싼 UHDTV를 구매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료방송사들은 2014년부터 UHD 방송을 상용화 했다. UHD 재송신의 경우 기술적으로 소소한 이유가 있고 채널도 재편성해야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료방송 이용가격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재송신만 이뤄지면 UHDTV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모두 지상파 UHD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와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실시간 방송을 독자 플랫폼, 즉 주파수를 통해 직접 제공하는 것을 처음부터 목표로 했다. 유료방송과 차별화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가를 유료방송이 지불할 경우 애기가 달라지지만 현재의 재송신 대가 분쟁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유료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위한 별도의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도 뒷짐만 놓고 있다. 재송신 대가 협상은 이미 사업자간 자율협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을 재송신하려면 기존의 채널들도 일부 조정해야 하고 셋톱박스도 교체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 대가를 대폭 올리려 할텐데 굳이 UHD 방송을 재송신할 유료방송사들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UHD 방송은 결국 갈수 밖에 없지만 현재 관련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아 사업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력이 부족했고 정부의 지원도 부족했던 것 같다. 7월 중 개선된 정책방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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