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일본의존도가 높던 품목을 국산화하려는 움직임이 이뤄진 것이다. 약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소재 자립화는 계속되고 있다. 파인메탈마스크(FMM) 사업을 준비 중인 APS홀딩스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AP시스템을 지주회사 부문과 장비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지주사 APS홀딩스와 계열사 AP시스템, 디이엔티, 넥스틴, 제니스월드, 코닉오토메이션 등의 구조로 재편됐다.
APS홀딩스는 정기로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ETRI) 출신으로 지난 1994년 코닉시스템(현 AP시스템)을 설립했다. 2001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지난 2009년에는 사명을 AP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지주사 체제를 갖춘 뒤 AP시스템은 김영주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주사는 다른 회사 주식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사’와 자체적인 사업과 계열사 주식 보유를 병행하는 ‘사업지주사’로 나뉜다. APS홀딩스는 FMM 개발에 나서면서 사업지주사로 자리매김할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 본사에 만난 ASP홀딩스 관계자는 “브랜드 로열티 등으로 수입을 올리다가, 독자적인 수입원 마련을 위해 FMM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FMM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마스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공정인 증착 단계에서 활용된다. 증착 공정은 이미지 최소 단위 ‘픽셀’의 구성 요소 RGB(레드·그린·블루) 서브픽셀을 기판에 새기는 작업이다. 진공 상태에서 특정 물질을 가열해 입힌다. 이때 FMM는 3개의 서브픽셀이 섞이지 않고, 제 위치에 증착될 수 있도록 한다. 모양자와 같은 역할이다.
APS홀딩스는 해외 철강사로부터 FMM 소재인 ‘인바(니켈·철 합금)’를 들여와 얇게 가공하고, 미세 홀을 뚫어 FMM 스틱을 만든다. FMM 스틱 여러 장을 용접 및 인장하면 하나의 FMM이 생산된다.
고해상도의 OLED 패널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FMM 홀의 정밀도가 중요하다. APS홀딩스는 레이저 기술을 갖춘 AP시스템 장비를 통해 홀을 뚫고 있다. 향후 APS홀딩스는 관련 장비까지 자체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APS홀딩스는 지난 2월 사업 본격화를 위해 200억원 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오는 8월 말까지 생산라인을 갖추고,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는 국내외 고객사들과 양산성 검증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소재부품패키지형) 사업인 ‘AMOLED FMM 제조기술개발’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순천대학교 박용범교수 연구팀과 ▲6G 하프 기판 크기에 대응 가능한 600ppi(pixels per inch)급 FMM 스틱 제조기술 개발 ▲열변형이 적은 인바(Invar) 소재를 활용한 FMM 제조공정 개발 ▲제조공정 신뢰성 시험 평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APS홀딩스 관계자는 “그동안 FMM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해왔다. FMM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디스플레이 핵심부품 국산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는 초박막을 형성하는 인바 제작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메탈과 협력, 사실상 FMM 시장을 독점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역시 DNP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FMM 시장은 올해 7억8000만달러(약 9391억원)에서 2022년 12억달러(약 1조4448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중소형 OLED 채택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APS홀딩스 관계자는 “OLED 물량은 늘어나고, 잉크젯 공정이 여전히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어 FMM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빠르게 준비를 완료하고 사업 본격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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