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손톱 크기 메모리에 영화 6만편 담긴다

김도현
- UNIST 이준희 교수 연구팀, 반도체 집적도 1000배↑ 원리 발견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집적도를 1000배 높일 원리를 공개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 향후 삼성 반도체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를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이론과 소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소자 성능 개선을 위해 공정 미세화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데이터 저장을 위해서는 탄성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이 필수여서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소자가 극도로 작아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스케일링(Scaling)’ 현상이 발생하는 탓이다. 반도체의 기본 작동 원리인 0과 1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이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₂)’이라는 반도체 소재의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반도체에 적용, 저장 용량 한계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원리를 적용 시 개별 원자를 제어할 수 있고, 산소 원자 4개에 데이터(1bit)를 저장할 수 있다. 데이터 저장을 위해 수십 나노미터(nm)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의 메모리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전망이다.

아울러 반도체 소형화 시 저장 능력이 사라지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10nm 수준에 멈춘 반도체 공정을 0.5nm까지 미세화할 수 있어, 메모리 집적도가 기존 대비 1000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가 상용화되면 원자 4개에 1bit의 정보를 담아 손톱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500테라바이트(TB)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해당 메모리에 고화질(HD)급 영화를 6만편 이상 담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집적 기술”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반도체 소형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지원도 받았다. 향후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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