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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업계 "올해보다 내년"…삼성 '평택'·SK '이천' 수주 기대

김도현
- 서버 고객사 재고 수준 오르자 삼성·SK 속도 조절…2021년 장비투자 역대 최대치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코로나19를 뚫고 반등했던 상반기와 대조적이다. 업황에 따라 주요 제조사도 투자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체들은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버 고객사의 재고 증가,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하반기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예상된다. 비대면(언택트) 효과를 누린 상반기 대비 주춤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생각보다 더 부정적인 상황이다.

비상 신호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에서 나타났다. PC용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낸드의 지난달 말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3.13달러, 4.39달러다. 이는 전월대비 5.44%, 6.20% 떨어진 수준이다. D램의 경우 9개월 만에 하락했다. 하반기를 맞이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8월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6~8주 정도로 늘어나면서, 구매 속도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하반기는 메모리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한층 강화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메모리 제조사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서버 수요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는 고객사 재고 및 투자 전략을 면밀치 관찰, 생산능력(CAPA) 확대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투자를 전년대비 각각 21%, 37% 축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장비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라인 구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평택·중국 시안,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중국 우시 등에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장비업체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협의한 수주 물량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납기 일정을 조금씩 미루는 추세다. 하반기 상황이 여의치 않자 증설 속도를 늦추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전망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P3, SK하이닉스의 이천 M16 등이 새롭게 지어지면, 신규 장비가 입고되는 덕분이다. 여기에 기존 라인 구축도 꾸준히 이어지는 만큼 장비 수주는 지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장비업체들이 내년을 기약하는 이유다.

한편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1년 글로벌 장비투자액이 700억달러(약 84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게 된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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