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 제재에 사기극까지…악재 겹친 中 반도체

김도현

- SMIC 제재 가능성↑…HSMC 공동 창업자 행방 묘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반도체가 내우외환이다.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자국 업체의 사기극이 발생했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빛을 보지 못할 위기다.

◆화웨이 이어 SMIC까지 발목=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국 반도체 업체를 뒤흔든 미국에 대한 불만 제기다.

앞서 주요 외신에서는 미국 행정부는 SMIC를 거래 제한 기업(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SMIC가 자국 국방부와의 협업이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SMIC는 중국 최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대만 TSMC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중국 정부는 SMIC 육성에 집중했다. SMIC는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와 상하이집적회로펀드로부터 총 22억5000만달러(약 2조7758억원)을 투자받았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10년 법인세 면제도 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이 ‘SMIC 때리기’를 예고하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가 흔들리게 됐다. 오는 15일부터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다.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제조사는 없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제재가 사실상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를 전면 금지하는 수준까지 격상됐다. SMIC까지 영향권에 들 경우, 중국 반도체의 손발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7나노 만들겠다더니 공장 건설 중단=내부적으로도 사고가 터졌다.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가 자국 정부마저 속이고, 20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꿀꺽’한 탓이다. HSMC는 지난 2017년 설립된 회사다. 당시 7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확보했다. TSMC 임직원을 다수 영입하며, 선단 공정 구축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현시점에서는 성과가 없다. 오히려 자금 부족으로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 공사가 중단됐다. 자금 조달이 멈춘 이유는 HSMC가 환경 영향 보고서 등을 제공하지 않은 탓이다. 현재 공동 창업자의 행방은 묘연하고, 보유하고 있던 극자외선(EUV) 장비는 구식 제품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에서는 페이퍼 컴퍼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중국은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15.7%다. 목표 달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내외적인 악재로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본격 제제까지 7일 남은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라며 “SMIC 제재가 현실화되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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