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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넷플릭스‧페북 ‘갑질’ 막는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려면,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만 한다. 정부는 그동안 미비했던 법적근거를 보완하고, 글로벌CP 갑질을 방지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행령을 꺼냈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CP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9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8일 밝혔다.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조치가 담겨있다. 과기정통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월1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콘텐츠 영향력을 보유한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CP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소위 ‘갑(甲)’ 위치에 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협상력 우위에 있는 만큼,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 사업자도 다수다. 망 품질 유지를 위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페이스북 사례처럼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불편을 일으켜도 법적근거가 미비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책임’, 법적근거 마련…글로벌CP 망사용료 기대=이에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신설에 따라 적용대상 기준, 필요한 조치사항 등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했다.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적용대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가 대상 사업자에 포함됐다.

이들 사업자는 이용자가 이용환경에 관계없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및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해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등을 뜻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한 관련 사업자와 협의해야 한다. 트래픽 경로 변경 등 서비스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자체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매년 서비스 안정 이행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도 의무화했다.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를 위한 조치사항은 ▲온라인·ARS 채널 확보 ▲장애 등 서비스 안정성 상담 제공을 위한 연락처 고지 ▲복수 결제·인증수단 제공 등이다.

정부에서 망 품질 책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ISP와 CP 간 망사용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CP가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행위는 망 품질에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로도 비춰진다. 다만, 망 사용료는 민간 사업자 계약인 만큼 시행령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과태료 2000만원, 글로벌CP 상대 실효성 거둘까?=일각에서는 이번 시행령을 놓고 실효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CP에 대한 법적 집행력을 담보할 수 없을 경우, 국내CP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이미 국내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조치 등을 상당수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ISP와 망 사용료 계약도 맺고 있다. 법령에서 요구하는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무임승차 논란을 겪어온 글로벌CP에게 이용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 안정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국내 사업자는 대부분 ISP와 망 연동 계약을 맺고, 서비스 이행 조치도 취하고 있다”며 “추가 의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역차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행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는 과태료 2000만원을 내야 한다. 해외사업자는 국내 대리인을 통해 행정명령 및 과징금 처벌 등을 받게 된다. 과태료 규모는 크지 않다. 자칫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CP는 망 품질 책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대해 과태료 규모와 상관없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 과장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회선 증설을 적절히 하지 않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 제재조치를 취하게 된다. 글로벌CP 입장에서는 2000만원 이상의 의미”라며 “글로벌 사업자는 이번 시행령에 보다 많은 관심을 드러내며, 국내 사업자보다 2배 많은 요청을 해 왔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과는 최소 4차례 이상 만났으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 때문에 한국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번 법과 관련해 느끼는 책임감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미국과의 통상우려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기업을 모두 포함시켜 특정사를 겨냥한 시행령을 규정하지 않았고, 서버 현지화 및 서버 증설을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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