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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딜라이트닷넷 창간 11주년⑬] ‘옛것의 향유’ 세대를 꿰뚫다

이대호
최근 게임 시장에 ‘뉴트로(Newtro)’ 바람이 거셉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옛 유명 원작들이 최신 요소를 더한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하면서 뉴트로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명 PC원작을 가졌거나 서비스했던 업체라면 모두 뉴트로 바람을 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디지털데일리>가 게임 시장 대세인 뉴트로 바람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바람의나라: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R2M’, ‘라그나로크 오리진’, ‘가디언 테일즈’ 등 올 하반기 시장을 강타한 게임의 공통점이 뉴트로(Newtro)입니다. 일찍이 뉴트로 게임을 내놓은 곳도 있습니다. ‘리니지M’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에서 뉴트로 게임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뉴트로 게임은 겉으로 보기엔 예스러운 모습을 갖췄으나, 파고들면 최신 게임의 요소를 대거 채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과거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고자 하는 현세대 이용자들의 요구를 맞춘 것이 뉴트로 게임의 특징입니다.

BTS 카세트테이프 위버스숍 예판 이미지
BTS 카세트테이프 위버스숍 예판 이미지
◆게임만 아냐…뉴트로는 문화적 트렌드


뉴트로는 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유행(트렌드)입니다. 3050세대에겐 익숙함 속 새로움을, 1020밀레니얼 세대에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갑니다. 이들의 요구에 맞춰 독창적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하려는 인터넷 문화의 흐름과 업계가 맞물리면서 뉴트로라는 시대적 유행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년 말 대한민국에 ‘양준일 신드롬(증후군)’이 일었는데요.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90년대 지디’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 양준일이 전 세대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 가수로 불리는데요. 뉴트로 열풍에 적합한 인물이었던 것이지요. 양준일 신드롬을 되짚어보면 뉴트로는 세대 간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까지 퇴물 취급을 받던 카세트테이프와 LP판을 잇따라 발매하는 아티스트들도 늘어났습니다. 뉴트로 유행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했는데요. 국외에선 레이디 가가, 두아 라파, 본조비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카세트테이프 또는 LP판 발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내가 뉴트로게임 챔피언 ‘닌텐도’


뉴트로게임의 원조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닌텐도를 언급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닌텐도는 ‘슈퍼마리오브라더스(Super Mario Brothers)’라는 불세출의 유명 원작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올해로 슈퍼마리오브라더스 출시 35주년을 맞아 신작을 발표했네요. 복고도 노리면서 신기술을 채택해 전 세대를 겨냥한 닌텐도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커뮤니티에선 ‘게임&워치’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데요. 한국닌텐도가 오는 11월, 1980년대 고전게임기의 복각판을 내놓습니다. 이 게임기로 슈퍼마리오브라더스2를 즐길 수 있는데요. 가격은 5만4800원. 35주년을 기념해 게임 내 35가지의 조그만 비밀도 숨겨뒀다고 합니다. 2021년 3월 말까지 기간 한정 생산품입니다.

증강현실(AR) 레이싱게임 ‘마리오 카트 라이브: 홈 서킷’ 국내 출시 소식도 화제입니다. 홈 서킷 패키지엔 실제 달릴 수 있는 장난감 레이싱카와 골판지 레이싱트랙이 포함됩니다. 카메라를 비추면 닌텐도 스위치와 연동돼 방안의 풍경이 서킷으로 바뀌는데요. 가정 내에서 AR 레이싱 게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뉴트로 게임의 챔피언이 아닐까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도 ‘뉴트로 열풍’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뉴트로 열풍’입니다. 업체별로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시장 전략의 결과라고 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진입 경쟁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제 웬만해선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없던 창작 게임을 성공시키기란 대형 업체도 모험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신 익숙한 브랜드를 내세운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뉴트로 게임의 잇단 흥행 사례로 미뤄 유명 원작을 앞세운 브랜드 효과는 입증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엔 ‘바람의나라:연’ 사례가 눈에 띕니다. 넥슨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리니지2M을 제치고 구글플레이 매출 2위까지 올랐습니다.

바람의나라:연은 2020년 게임의 그래픽으론 볼 수 없는 각진 2D도트그래픽을 채택했습니다. 출시 24주년을 맞이한 추억 속 게임을 떠올리며 접속한 3040세대도 있겠지만, 10대 이용자들도 있습니다. 익숙함 속 새로움과 독창적인 콘텐츠를 원했던 시대적 요구가 부응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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