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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특별했던 ‘차세대시스템’ 전환…‘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 이유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에게 지난 9일 한글날 휴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국민은행은 지난 18개월 동안 진행해왔던 차세대시스템(일명 : 더 K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2010년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한 이후 10년만의 IT교체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올해 2월 설연휴를 이용해 1단계로 영업점 업무시스템 부문을 차세대 환경으로 오픈했고, 이번에 최종 그랜드 오픈을 진행한 것이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2일 정상 영업일에도 문제없이 시스템이 가동되는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긍정적이다.

국민은행의 성공적 차세대시스템 가동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만한 몇몇 요소들이 숨어있다. 특히 앞으로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방식이 국민은행의 사례처럼 '단계적 추진'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금융권 IT전략에도 큰 시대적 함의를 갖는다.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개발 지양, ‘정보계’ 중심 차세대 전략 추진 = 지난 30년간 국내 금융권은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지향해왔다.

빅뱅 방식이란 일반적으로 2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두고 기간 시스템 전체를 한꺼번에 완전히 새것으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 금융회사일수록 이러한 빅뱅식 IT전환이 유효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여러 업무 애플리케이션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과감하게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깼다. 국민은행은 계정계 시스템은 기존대로 유지하고, 정보계시스템을 중심으로 차세대 환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는 통상 3000억원이 훌쩍 넘는 국내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 평균 개발 비용보다 훨씬 적은 15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됐고, 개발 기간도 일반적인 차세대 사업보다 6개월 이상 단축됐다.

또한 사업계약 방식도 기존의 주사업자와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아닌 개별 방식 비중을 높였다. 국민은행의 이번 ‘더 K' 프로젝트가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 IT전략에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국민은행이 기존처럼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국민은행 입장에선 현재 상태에서 계정계 주전산시스템(IBM 메인프레임)을 시급하게 들어낼 이유가 딱히 없었다. 물론 국민은행도 앞서 차세대 환경으로 전환한 다른 시중 은행들처럼 유닉스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참고로, 국민은행이 IBM 메인프레임 유지와 유닉스 전환으로 한창 고민하던 2014년 초, 당사 한국IBM 셜리 위 추이 지사장의 이메일로 그 유명한 ‘KB금융 전산사태’가 터졌고, 결국 내분으로 확대돼 KB금융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는 국민은행은 이러한 고민 자체가 불필요해졌다. 이미 세상은 클라우드 환경으로 바뀌고 있고, 유닉스의 시대도 저물어 이제는 x86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부터 클라우드 환경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민은행으로서는 더이상 계정계 주전산시스템의 유닉스 전환이라는 과제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다.

또한 최근 5년간, 금융권의 IT이슈도 기존 계정계 중심에서 정보계 위주로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마이데이터(Mydata)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처음에는 반쪽짜리 차세대시스템 사업이란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정보계시스템만 혁신해도 차세대시스템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국민은행의 선택은 시의적절했고,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경기 김포, KB금융 데이터센터 <사진:국민은행>
경기 김포, KB금융 데이터센터 <사진:국민은행>

◆당일 차세대 전환, "가장 고객 불편이 적었던 차세대 사례" = 국민은행은 한글날인 9일 자정부터 2시간 간격으로 차세대시스템으로의 업무별 전환을 시작했다.

결국 이날 오전 11시, 기업뱅킹을 제외한 이체업무를 비롯해 은행의 웬만한 기능은 모두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기업뱅킹 등 잔여업무도 이날 모두 정상 가동됐다.

과거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을 전환할 경우, 2박3일이 걸렸고 이 기간동안 금융거래가 부득이하게 중단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차세대전환으로 인한 국민은행 고객의 불편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물론 이는 기술적 혁신성에 의한 차별화라기보다는, 국민은행의 경우 계정계시스템은 기존대로 대기하고, 정보계시스템 위주로 전환됐기 때문에 전환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의 계정계시스템까지 포함한 데이터 전환에는 여전히 36시간~52시간 정도의 데이터 전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앞으로 빅뱅식이 아닌 단게적 전환의 차세대시스템 전환 전략을 채택하게된다면 과거 2~3일씩 요구됐던 전산중단 사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편으론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차세대시스템 오픈 일정은 부득이하게 3일 이상의 연휴 일정이 보장되는 설연휴 아니면 추석연휴 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오픈 일정을 못맞추면 부득이하게 5~6개월을 더 기다려야했고, 이 기간동안 적지않은 비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 사례처럼 당일 전환이 가능하다면 이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또한 설령 오픈이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명절 연휴까지 길게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정보계 중심의 차세대 전환이라고해서 간단한게 결코 아니다. 충분한 사전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와관련 주목받는 것이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여의도에 오픈한 'IT점포'다. 국민은행은 영업부가 아닌 IT그룹 직원들로 구성된 이 IT점포를 통해 차세대시스템 개발과 영업점간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이를 개발에 다시 반영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시스템 개발의 오류를 크게 줄였다. 이같은 시도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참신한 발상이다.
국민은행 IT그룹 직원들로만 운영되는 여의도 점포.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 IT그룹 직원들로만 운영되는 여의도 점포.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의 IT혁신 효과, 앞으로의 과제 = 국민은행 이번 정보계 중심의 차세대시스템 오픈은 ‘초개인화 서비스’와 같은 대고객 부문의 대폭적인 서비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허인 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임직원들에게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올해 국민은행은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적 오픈과 함께 ▲채널 다변화 ▲디지털 마케팅 확대 ▲초개인화 상품 ▲채널간 연계 강화를 통한 끊김없는(Seamless)서비스 제공 ▲통합인증서 ▲클라우드 ▲ IT인프라 연결 강화 등을 세부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 확대, ‘마이데이터’사업 추진 등 금융 인프라 개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금융업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이업종 융합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혜택에 따라 여러 금융기관을 이동하는 ‘금융 노마드(Financial Nomad)’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새로 오픈한 차세대시스템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에 놓여진 새로은 IT과제는 클라우드로의 혁신과 모바일 중심의 혁신성 강화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4년 ‘KB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 IBM과의 메인프레임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는데, 이후에는 x86중심의 새로운 전산환경으로의 전환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민은행은 KB그룹 공동 클라우드 구축을 위해 ‘하이브리드-멀티(Hybrid-Multi)클라우드 전략을 지향하고 있음을 공개한 바 있다. 국민은행의 IT인프라 혁신은 사실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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