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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모호한 ‘가상자산 지갑 사업자’ 범위…고심하는 기업들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사업자의 범위가 여전히 모호해 관련 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사업자에 포함된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의 경계를 이해하기 힘들어 업체들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밝힌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로 결정됐다.

이 중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는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에 해당된다. 단 사업자가 단순히 개인키(Key)를 보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가상자산 송금 등에 관여할 수 없을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단순히 자산 보관을 위한 장(場)만을 제공하는 경우도 제외다. 비교적 탈중앙화된 운영 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FIU가 명시한 경우만으로 가상자산사업자 해당 여부를 확실히 결정짓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FIU 관계자는 “탈중앙화의 개념을 따진 것은 아니고, 사업자가 사용자의 가상자산 송금 행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해당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시스템 상으로 사용자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경우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자산을 관리하는 키를 사용자가 소유하고, 사업자는 단순히 보관 플랫폼만 제공할 경우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송금 수수료도 수취하지 않으면서 플랫폼 역할만 하는 경우다,

지갑 서비스 ‘디센트’ 관계자는 “디센트 모바일 지갑의 경우 자산을 보관하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송금 수수료도 수취하지 않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디파이(De-fi) 서비스와 지갑을 연동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서비스가 있어 계속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키를 관리하지 않는 경우는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가 키를 암호화해 보관만 하고, 그 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업체가 개인키를 알 수 있을 경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셈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톡에 탑재된 가상자산 지갑 클립(Klip)이다. 클립은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한 ‘키 관리 시스템(KMS·Key Management System)’을 쓴다. 사용자가 직접 키를 관리하지 않고, 서비스 내 관리 시스템에 키가 보관되는 형태다. 그라운드X 측은 “운영사인 그라운드X도 개인키에 접근할 수 없게끔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클립도 중앙화된 형태의 지갑이기 때문에 내부 검토는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검토를 마치지 않아 현재로선 특금법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 외 오프라인 상태로 가상자산을 단순 보관만 하는 콜드월렛, 하드웨어 지갑 서비스는 가상자산사업자에서 제외됐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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