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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2 특수’ 누린 알뜰폰, 5G시대 요금대안 부상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아이폰12 자급제 모델을 구매하고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찾고 있다. 웹서핑과 SNS를 주로 하는 A씨는 5G 대신 LTE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다. 통신사로 가입하려면 일단 5G 요금제를 써야 하는 데다, 대부분 대용량 요금제 위주여서 맞지 않았다. A씨는 한달 11GB를 제공하는 월 3만3000원 무제한 LTE 요금제를 골라 알뜰폰에 가입하기로 했다.

5G 시대 알뜰폰이 약진하고 있다. 애플의 첫 5G폰 아이폰12로 제대로 특수를 누렸다. 아이폰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급제 선호도가 높은 덕이겠지만, 이번에는 5G 단말임에도 LTE 요금제 위주로 알뜰폰 가입이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품질과 고가요금제 불만이 가라앉지 않은 5G 시대 요금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0월 기준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한 순증 건수는 1만3039건을 기록했다.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는 줄고, 반대로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세는 벌써 5개월 연속 이어져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특히 10월말 출시된 아이폰12 출시가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알뜰폰 업체들의 아이폰12 출시 전후 신규 유심 가입은 크게 증가했다. KT엠모바일은 아이폰12 출시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LTE 고용량 요금제 3종 가입이 10월 한달 평균보다도 38% 급증했다. LG헬로비전도 같은 기간 LTE 고가 요금제 일평균 가입이 10월 대비 31% 늘었다.

특히, 알뜰폰업계는 5G보다도 LTE 가입자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아이폰12 출시 전후로 5G 유심 가입도 물론 늘었지만, 아직 가입자 규모가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LTE를 선택한 신규 가입자 수가 훨씬 더 많다”면서 “아이폰 자체가 지원금이 적은 고가 단말이어서 통신비를 최소화하려 LTE로 넘어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알뜰폰업체 측도 “아이폰12가 5G폰이긴 하지만 LTE 수요가 더 클 것으로 보고 프로모션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실제, 통신사들의 5G 요금제는 청소년·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제외하고 월 9~1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5000원(선택약정 25%할인 적용시 4만1250원) 상품이 가장 저렴하다. KT의 경우 월 4만5000원(선택약정가 3만3750원) 5G 요금제가 있지만, 데이터제공량은 5GB에 그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쓰고 싶다면 무조건 100GB 이상 고용량 요금제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이 경우 최소 6만9000원~7만5000원(선택약정가 5만1750원~5만6250원) 이상이다. 만약 LTE로 눈을 낮추면 3~5만원대 저렴한 요금제를 찾을 수 있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1.5GB~4GB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5G 단말을 통신사향으로 구입할 때는 반드시 5G 요금제를 사용해야 해 의미가 없다.

반면, 알뜰폰은 아직 5G 요금제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월 9GB 5G 요금제가 3만원 후반대로, 아직은 통신사들보다 조금 더 저렴한 수준이다. 대신 LTE에서는 통신사에서 잘 볼 수 없는 월 11GB+일 2GB 데이터 요금제를 3만원 초반대로 갖추고 있다.

만약 출고가 116만원(통신사향 115만5000원)의 아이폰12 128GB 모델을 통신사와 자급제·LTE유심 조합으로 각각 24개월 할부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통신사마다 다른 카드할인을 제외한다면 후자가 1만원 이상 저렴하다. 통신사향은 월 5만5000원 요금에 24개월 선택약정 구입을 했다면 한달 통신비는 총 9만2388원(휴대폰 할부금·수수료 5만1138원+통신요금 4만1250원)이다. 알뜰폰의 경우 자급제 모델을 무이자 할부로 구입하고, 월 3만3000원 11GB+일 2GB LTE유심 가입시 월 8만1333원이 된다.

여기에 매년 알뜰폰 도매대가가 더 저렴해지고 있다는 것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SK텔레콤과 2020년도 협상을 마치고 망 도매대가를 추가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뜰폰은 통신사에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대가로 수익의 일정 비율을 도매대가로 지출하는 데, 이것이 줄어들면 그만큼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설계할 여지가 생긴다. 이번에는 5G 9GB 요금제와 200GB 요금제에서 도매대가가 각각 66%→62%, 75%→68%로 내려갔다. 정부는 3만원 중반대의 9GB 5G 요금제와 5만원 초반대의 200GB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신사와 알뜰폰 고객층이 명확히 나눠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요금뿐만 아니라 알뜰폰의 멤버십이나 프로모션, 자급제 카드할인 등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 아이폰12 출시 전후 늘어난 고가 요금제 위주 가입자를 살펴보면 80%가량이 2040이고, 모바일 셀프개통 이용률도 42%에 달한다”면서 “알뜰폰에서도 젊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분명해보인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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