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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라는 건가…현실 모르는 정부” 3G‧LTE 주파수값에 통신3사 작심발언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3G와 LTE 주파수값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5G 투자를 유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주파수값을 깎아주는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입장이지만, 통신3사는 사업자 부담만 높이는 비현실적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 계획을 발표하며, 5G 투자 노력에 따라 할당대가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할당대가는 4조2000억원이지만, 5G 기지국 15만국을 구축하면 약 3조2000억원만 내면 된다는 설명이다. 12만~15만국 구축 때 3조4000억원, 9만국~12만국 3조7000억원, 6만~9만국 3조9000억원이다. 단, 2022년말까지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당초 통신3사가 전파법 별표3에 따라 추정한 약 1조6000억원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더군다나,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10년내 3.5GHz 기지국 15만국 등을 의무 구축하기로 했는데,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에 5G 투자조건을 또다시 내걸었다. 통신3사는 약 10년간 LTE 15만국을 구축했는데, 2년만에 이를 충족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중부과라며 입을 모았다. 현재 통신3사는 각 5만국 수준을 구축했다. 현재 투자 수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할당대가는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통신3사는 지난 17일 열린 공개설명회를 통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결론은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15만국 기지국 구축 부당성에 힘을 줬다. LTE 재할당에 5G 투자를 연계하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5G 무선국 투자를 조건으로 새롭게 부과하려면 이를 1년 전에 통지하거나 2018년 5G 할당 때 부과한 5G 무선국 구축의무(부관)를 사후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절차를 따라야한다는 지적이다.

◆“2년만에 15만국? 우사인볼트보다 빠르게 뛰라는 셈”=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투자옵션에 대해 이중부담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만국은 SK텔레콤이 LTE를 8년간 꾸준히 투자해 확보한 규모다. 달성하기 어려운 의무를 부과하면서, 해내지 못했을 때 벌을 받는 모양새다.

이상헌 정책개발실장은 “여기에 있는 통신3사 임원 세 사람에게 두 달 내 100m를 우사인 볼트 9.48초 기록보다 빠르게 달리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0.1초당 수천만원씩 내라는 것”이라며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재할당대가 산정 방식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10년 전 과거 경매결과를 그대로 가져오는 점이라고 짚었다. 주파수 부족 상황에서 정부가 정한 특정한 상황으로 과열될 수밖에 없었던 1.8GHz 경매 결과는 반드시 보정돼야 한다고 봤다. 경쟁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재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할당대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소통하지 못한 점도 언급됐다. 이 실장은 “대가를 부담하는 사업자와 깊이 있게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가 의견수렴 기회를 줬지만, 이를 충분히 고려해 피드백을 주고 다시 논의하는 본질적인 컨센서스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어느 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는 경매에 참여할까?”=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과기정통부가 관련 규정 및 정책일관성을 무시하고 이번 재할당 대가를 지난 15년간 준수해온 기준과 다르게 산정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

김순용 정책협력담당은 “주파수 경매 당시 과거 경매 낙찰가를 시장가격이라고 해서 100% 가져온다고 했으면, 과거 경매 시점에 통신사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추후 재할당 받을 때 부담이 된다면 어느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겠느냐”라며 “과거경매대가를 일부 반영한다 했을 때, SK텔레콤과 KT는 경쟁우위를 설 수 있는 2.1GHz 대역을 입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5G 투자와 연동한 가격 설정은 부당결부 및 이중부과에 해당돼 위법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5G 15만국 투자는 현실성이 없는 목표로 불가피하게 고려할 경우 통신사와 협의를 통해 달성 가능한 수량으로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2년까지 정부에 약속한 투자 목표에 통신3사 농어촌 5G 로밍 수량을 합산하더라도 최대 10만국을 넘기 어렵다.

김 담당은 “KT는 10년간 LTE 기지국 약 12만국을 깔았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5G 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모든 비용과 인력을 총동원, 지금까지 각사당 약 5만국을 구축했다”며 “무선국 한 국에는 장비 2~3개씩 들어간다. 가격은 LTE보다 2배 비싸다. 로밍을 포함해 현실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감나무서 까치밥도 안남기네”=이날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은 “사업자가 감내할 수준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며 “농부들은 감나무에 열린 감을 다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조금 남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윤호 담당은 2022년 말까지 5G 무선국 15만국 이상 구축하라는 조건은 2018년 5G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5년차 4만5000국 대비 3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적정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5G 투자 조건을 연계해야 한다면 무선국 허가번호 기준이 아닌 장비수 기준으로 하거나, 3사 공동구축계획을 고려한 현실가능한 수량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LTE 재할당 특성에 걸맞게 LTE 가입자의 5G서비스로의 전환 비율을 반영해 할당대가를 차감하는 방식이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담당은 “매출이 5조원이고, 영업이익(무선)은 제로(0)인데 5000~6000억원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매년 낸다면 누가 통신사업을 하겠는가. 자기 사업을 안 해봐서 체감하는 것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내년 할당대가만 6000억원이 넘는데, 차라리 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5G 주파수 신규할당 2년 남았다. 그러면 또 5년(재할당) 도래한다. 1조원씩 내야 한다”며 “얼마를 벌어 도대체 얼마를 도대체 내야 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겠느냐. 주파수 늘어난다고 요금수익 올라가는 것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통신3사 의견을 들은 후 추가적으로 검토해서 사업자가 재할당 신청하는 데 문제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부당결부 부분은 할당 취소 등을 전제로 한 조건을 의무화 한 것이 아닌 만큼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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