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성장통 겪는 ‘배터리 코리아’

김도현
- 법적 분쟁·전기차 화재·분사 이슈 등 삼중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연초 대비 배터리 업체의 주가가 폭등했고 업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이 늘었다. 올해 국내 배터리 3사는 일본, 중국 업체들과 달리 상승세다.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으로 올랐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홍역을 앓았다.

2019년 4월부터 이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을 재차 연기했고 양사의 합의는 아직이다. 동박 업체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신공장 부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넥실리스의 결정에 따라 두 회사 간 갈등은 심화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로 시끄러웠다면 올해는 전기차다.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EV’와 GM ‘볼트EV’에서 불이 났다. 삼성SDI의 배터리를 투입한 BMW ‘330e’와 포드 ‘쿠가’도 리콜 대상에 올랐다.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배터리 업체로 책임 전가되는 분위기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투자자금 확보 차원이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오는 12월1일 신설 법인 출범을 확정했다. 하지만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이유로 분사를 검토 중이지만 LG화학 사례가 있어 조심스럽다. 본격화할 경우 비슷한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 시장이 오는 2025년 메모리반도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화되든 아니든 배터리 시장을 향한 장밋빛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물량 공급사태를 우려할 정도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른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 중요한 시기다. 갈등의 원만한 해결, 화재 원인 파악, 글로벌 경쟁 극복 등 해결과제가 많다. 메모리반도체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진 만큼 ‘반도체 코리아’에 이은 ‘배터리 코리아’가 되기를 바란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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