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IT클로즈업] 中 비보·오포·원플러스·리얼미 사례로 본 화웨이 생존 전략은?

윤상호
- BBK 모체로 비보·오포·원플러스·리얼미 순차 독립…사실상 스마트폰 세계 선두권 불구 위험 회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가 요동쳤다. 샤오미가 애플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비보가 오포를 제치고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얼미가 레노버-모토로라를 앞서 7위를 기록했다.

3분기 5위 6위 7위에 포진한 비보 오포 리얼미 판매량은 각각 3220만대 3140만대 1510만대다. 총 7870만대다. 3분기 1위는 삼성전자. 8040만대를 공급했다. 2위는 화웨이다. 5190만대를 출고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원플러스는 3분기 190만대를 팔았다. 비보 오포 리얼미와 합치면 삼성전자를 앞선 총 8060만대다.

비보 오포 원플러스 리얼미를 통상 중국 부부가오전자(BBK일렉트로닉스) 관계사로 지칭한다.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BBK그룹 창립은 1995년. 통신 및 정보기술(IT)기기 제조 3개 회사 연합체로 출발했다. 브랜드와 유통망 등을 공유했다. 현재 샤오미와 유사한 형태다. BBK는 BBK 브랜드로 일반폰 사업을 했다. 이를 계승한 것은 비보. 오포는 BBK그룹 일부가 갈라져 설립한 회사다. 원플러스와 리얼미는 각각 2014년과 2018년 오포에서 분사했다. 4개사는 모두 유한회사다. 지분 정리와 관계는 LG의 계열 분리와 유사하다.

이들은 지속적 분할을 통해 세계 시장의 중국 업체를 향한 경계와 브랜드 평가절하를 피했다.

비보와 오포는 2013년부터 SA 스마트폰 통계에 포함했다. 2013년 판매량은 각각 1210만대와 890만대. 같은기간 1870만대를 판 샤오미를 상회한다. 화웨이는 2015년 연간 1억대 판매고를 달성하며 세계 3위에 처음 등극했다. 2016년 화웨이 판매량은 1억3880만대다. 역시 세계 3위. 같은 기간 비보와 오포 판매량은 각각 7190만대와 8700만대다. 총 1억5890만대다. 이들에게 쏠릴 수 있었던 시선까지 화웨이가 받은 셈이다. 오포는 2017년 단독으로 연간 1억대 고지에 올랐다. 2018년에는 비보도 연간 1억대에 합류했다. 양사 합산 판매량은 2억2020만대다. 2018년 세계 2위 애플의 2억630만대를 앞선 수치다.

원플러스는 3사에 비해 판매량은 적지만 비보와 오포가 약한 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원플러스 판매량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이다. 작년 기준 북미 판매량은 90만대다. 나머지 3사는 북미 진출을 아직 하지 못했다. 2019년 유럽 판매량은 290만대다. 같은 기간 오포 240만대 리얼미 30만대를 합친 것보다 많다.

리얼미는 인도 공략에 특화했다. 작년 1600만대를 인도에 팔았다. 3분기 판매량 중 인도 판매량은 860만대다. 인도 점유율 4위다. 3위인 비보 880만대를 합치면 3분기 1위 샤오미의 132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리얼미는 인도 중국 갈등도 비켜 갔다.

화웨이가 미국 중국 무역전쟁 속 미국 제재 타깃이 된 것은 중국 대표 IT 기업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름부터 ‘중화를 위하여’라는 뜻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다. 스마트폰 제조사 중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운영한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제재 명단에 올린 틱톡 등은 관련 분야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중국 기업이다. 비보 오포 리얼미 원플러스가 분리 독립하지 않았다면 제재의 칼날은 다른 곳을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화웨이는 지난 11월17일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키로 했다. 아너 판매량은 연간 7000만대. 작년 기준 개별회사가 된 화웨이와 아너는 각각 세계 3위와 7위 업체가 된다. 아너 매각에 앞서 화웨이 AP 설계(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 연구개발(R&D) 인력이 대거 오포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화웨이 몸집을 최소화 해 중국 경제 전체 피해를 줄이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BBK가 택한 비보 오포 원플러스 리얼미의 길인 셈이다. 통신장비는 ZTE가 대안이다. 나머지 스마트폰 판매량은 다른 중국 회사가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스마트폰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와 정치체제의 특수성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비보 오포 원플러스 리얼미도 서류상으로는 각기 다른 회사다. 개별 회사 기준으로는 세계 1위에 근접한 업체도 아니다. 묶어서 견제할 명분이 떨어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