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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결산/미디어①] 유료방송 M&A 격랑 속 글로벌 OTT 득세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미디어 시장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인한 지각변동이 계속됐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 제작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그와 함께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은 가속화 됐다. 지상파와 케이블TV는 침체일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통신사가 주도하는 IPTV 중심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이 활발했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에 이어 올해 1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2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IPTV와 케이블TV를 합산해 각각 25.10%, 24.47%로 초접전 중이다.

케이블TV 정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상반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337만8742명(39.41%)으로, 이미 유료방송시장 과반을 넘은 IPTV와의 격차가 451만명까지 벌어졌다. 딜라이브, CMB, 현대HCN 등 2개 이상 케이블TV를 보유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모두 IPTV로의 매각을 기다리는 처지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료방송 최대 사업자인 KT의 ‘1위 굳히기’다. 최근 KT는 딜라이브 인수 예비입찰에 단독 참여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위성방송 자회사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정부 인허가 심사를 남겨뒀다. 만약 KT가 계산대로 이들을 모두 흡수한다면, 합산 점유율은 기존 31.42%에서 41.17%로 껑충 오른다. 이 경우 남은 MSO는 CMB뿐이고, 다른 개별SO 9개사를 경쟁사들이 모두 인수한다 해도 KT 점유율을 쫓아갈 수 없는 형국이 된다.

다만 KT의 유료방송시장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나의 유료방송사업자가 시장점유율 30%를 넘길 수 없다는 합산규제는 이미 폐기됐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인허가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질 여지도 있다. IPTV와 위성방송에 더해 케이블TV까지 확보한 초거대 미디어 사업자의 등장을 정치권이 어떻게 볼지도 관건이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에서 토종 OTT 업체들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유료가입자는 33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 다음으로 웨이브가 선방하고 있지만 유료가입자 수는 200만명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웨이브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통합 OTT가 기대되는 CJ ENM 티빙은 올해 10월 물적분할 되어 JTBC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JTBC가 원래 계획보다 투자지분을 줄이게 되면서 새로운 파트너 참여 가능성도 떠오른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넷플릭스에 맞서 국내 토종 OTT들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면, 종래에는 한국산 콘텐츠를 외산 플랫폼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때 웨이브와 티빙 합병설 등 K-OTT 통합론이 불거지기도 했으며,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국내 IPTV 플랫폼을 열어준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걱정과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국산 OTT 진흥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지위를 부여,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한편에선 그러나 OTT를 방송법과 영상진흥기본법 등에 포함시켜 기존 사업자와 동일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범정부 OTT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OTT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이 큰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이은 광고매출 하락과 코로나19발 제작 중단 등으로 위기가 가중되는 형편이다. 이에 지상파들은 중간광고 도입 등 비대칭 규제 완화를 정부에 읍소하고 있다. 중간광고 도입 자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였지만 연내 구체화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상파들이 주요 콘텐츠에 대해 2부 3부 쪼개기 편성으로 사실상 준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상파 스스로 강도 높은 자구 노력과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여론도 여전하다.

지상파 UHD 정책도 사실상 후퇴했다. 당초 정부는 2017년 지상파 UHD 편성비율을 5% 이상으로 권고하고, 2021년까지 시·군 지역으로 전국망 구축을 확대, 2027년에는 100% 편성이 되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투자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계획은 미뤄졌다. 정부는 각 UHD 의무비율을 2020~2022년 20%, 2025~2026년 50% 등으로 원래 목표보다 3년이나 늦췄다. 장및빛을 꿈꾼 지상파 UHD 방송 시대 선언이 결국 성과 없이 빛을 바랬다는 평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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