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LG폰은어디로①] 2008년 세계 3위 ‘LG폰=프리미엄폰’ 축포…몰락의 서막

윤상호
- 일관성 없는 전략, 위기 심화…품질 관리 소홀, 신뢰 회복 발목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에 착수했다. 한때 세계 3위 휴대폰 공급사까지 올라섰지만 산업 재편 파고를 넘지 못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정보통신은 2000년 LG전자로 합병했다. 2005년 연간 5000만대 2008년 연간 1억대 고지에 올랐다. 2008년 LG전자는 세계 3위가 됐다. 2009년 연간 1억1790만대가 정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2009년이 전성기다. 매출액은 17조669억원 영업이익은 1조2509억원을 기록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9년 이후 판매량과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작년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3000만대다.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5조2171억원과 8412억원이다.

LG전자의 실패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실수, 품질 관리 실패, 방만한 공급망관리(SCM), 특정 유통망에 대한 높은 의존도, 시장 환경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관된 전략이 없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워)’ 전략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다. TV 예능 프로그램마저 잘못된 컨설팅 사례로 희화화하기도 했다.

결국 수많은 오류는 ‘고객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로 귀결된다. ‘쓰기 편한 폰이 스마트폰’이라는 판단으로 2008년을 보냈던 것, 스마트폰의 미래를 ‘윈도폰(엣 윈도모바일폰)’으로 잡아 2009년을 날렸던 것은 부차적이다.

2008년과 2009년 휴대폰 3위 등극과 매출액 영업이익 급증은 LG전자가 LG폰의 브랜드 가치를 오판하도록 했다. 소위 초콜릿폰의 성공이 LG전자에게 독배가 된 셈이다. LG폰이 통신사 유통망이 강하거나 높은 보조금을 주는 시장에서 많이 팔렸다는 점을 간과했다. ‘LG폰=프리미엄폰=고가폰’ 공식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운 중국폰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한다는 전략도 문제였다. 디자인은 중요한 구매 요인 중 하나이긴 하다. 단 품질이 전제했을 때다.

LG폰은 특색은 있었다. ▲엔비디아폰 ‘옵티머스2X’와 ‘옵티머스4X’ ▲곡면(커브드)폰 ‘G플렉스 시리즈’ ▲뒷면에 가죽을 댄 ‘G4’ ▲모듈형 스마트폰 ‘G5’ 등이다. 그러나 출시 6개월 이상 지나면 어김없이 소프트웨어(SW) 오류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하드웨어(HW) 내구성과 발열도 문제가 됐다. LG폰을 1번 사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2번 사는 사람은 더 없게 됐다. 중국폰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폰은 LG폰보다 쌌다.

또 일관성이 부족했다. 일관성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 이용자와 개발자가 아이오에스(iOS) 경험과 애플리케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LG전자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처음에는 지속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별다른 해명없이 사라졌다. ‘옵티머스뷰 시리즈’와 G5가 각각 SW와 HW 대표 사례다. 옵티머스뷰 시리즈는 4대 3 화면비를 채용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 대항마였다. 책과 같은 비율을 제시 읽기 편한 스마트폰을 표방했다. 기존 화면비와 달랐기 때문에 개발자는 손이 더 갔다. 옵티머스뷰 시리즈는 2년여 만에 단종했다. G5는 더 심각하다. LG전자는 G5 출시 당시 향후 제품에서도 G5 모듈을 호환토록 한다며 모듈 구매와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일반폰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 모토로라도 무너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살아남아 세계 1위가 된 업체도 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처럼 스마트폰 시대 초반 수많은 오판과 위기를 겪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09년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량은 2억2710만대다. LG전자와 2배 차이에 조금 못 미친다. 2020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5700만대다. LG전자의 8배가 넘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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