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코로나19로 기회잡은 보안업계··· 역대 최대 실적속 적자전환 기업도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보안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다수 나왔다. 물론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것은 아니다. 라온시큐어처럼 적자전환한 기업도 있다.

◆독주하는 SK인포섹, 뒤쫓는 안랩=국내 정보보안업계서 가장 규모가 큰 SK인포섹의 경우 지난해 목표로 한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액 3147억원, 영업이익 264억원이다. 각각 16.3%, 13.7% 상승했다. 정보보안기업 중 매출액 3000억원을 기록한 최초 사례다. 솔루션·컨설팅 및 관제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ADT캡스의 매출까지 더하면 매출 규모는 1조3386억원으로 커진다. 합병을 통해 통합법인으로 거듭난 두 기업은 올해 매출액 1조60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냄으로써 물리보안 선두 기업인 에스원을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풀어야 하는 숙제는 있다. ‘보안’이라고 하지만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은 성격이 다르다. SK텔레콤의 자회사로서 이미 합을 맞춰왔던 ADT캡스와 SK인포섹이지만 내부 조직의 유기적인 결합이 쉽지는 않을 것리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인포섹에 이어 국내 매출액 2위 보안기업인 안랩도 매출액 1781억8000만원, 영업이익 196억8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6.7%, 6.9% 성장했다. 특히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17.5%가 상승했다.

안랩은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한다. 안랩은 연초 조직 개편을 통해 테스크포스(TF) 방식으로 운영하던 클라우드 관련 부서를 정식 부서로 편성했는데,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SK인포섹이 IPO를 하지 않았기에 주식시장에서 안랩은 국내 대표 보안기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안철수 테마주’로 취급되며 창업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기에 그 의미가 퇴색됐다. 사업적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급선무다.

◆1000억 클럽 근접한 윈스, 이글루시큐리티=윈스와 이글루시큐리티도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윈스는 매출액 938억6000만원, 영업이익 190억1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4.3%, 23.5% 상승했다. 5세대(G) 통신이 본격화됨에 따라 차세대 방화벽 및 100기가(G)급 침입방지시스템(IPS)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일본 수출이 주효했다. 윈스는 지난해 수출 부문에서 151억원을 벌어들였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통신망을 4G에서 5G로 전환하는 일본에서 관련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일찌감치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던 윈스가 기회를 잡은 것.

인공지능(AI)에 ‘올인’하다시피 한 이글루시큐리티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34개의 AI 관련 특허를 취득한 이글루시큐리티는 매출액 817억2000만원, 영업이익 51억9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8.2%, 207.2% 증가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AI 통합보안관제(SIEM) 솔루션 ‘스파이더 TM AI 에디션’을 비롯해 새롭게 출시한 통합로그관리 솔루션 ‘스파이더 로그박스’, 보안 오케스트레이션·자동화·대응(SOAR) 솔루션 ‘스파이더 SOAR’ 등을 바탕으로 AI 보안관제, 클라우드 보안, 운영기술(OT) 보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법 개정의 수혜주, 파수·라온시큐어=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파수는 매출액 369억2000만원, 영업이익 7억70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3분기 동안 누적 영업손실 70억5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4분기 78억2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반전했다.

파수의 매출 상당수는 문서보안(DRM)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한 만큼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이후 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파수의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솔루션 매출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온시큐어는 매출액 371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22% 상승했지만 35억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적자 전환에 대해 연구개발투자 및 기술개발 투자로 인한 판관비 증가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온시큐어의 경우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의 수혜를 볼 것이라 기대를 모으는 기업이다. 백악관 사이버안보자문위원 출신 라메시 케사누팔리를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산아이앤티는 매출액 229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3.5%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영업이익 역시 7.9% 오른 30억1000만원이다. 전문경영인인 이홍구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캠프 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다는 인연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224억원이다.

모든 기업이 웃은 것은 아니다.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은 매출액 290억7000만원, 영업이익 21억2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0.6%, 48.4% 줄었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이 줄면서 아톤의 매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티머니’ 부문의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아톤은 공인인증제도 폐지 이후 인증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사의 인증 애플리케이션(앱) ‘패스(PASS)’에 보안 기술을 제공한 아톤은 자체 인증서를 위한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조민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영입한 바 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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