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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같은 빅테크 이길려면”…농협금융 손병환 회장이 던진 승부수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농협금융이 4일간의 설 연휴가 끝나자 강도높게 준비한 2021년 디지털금융 서비스 전략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을 이기기위해서는 기존 금융서비스를 완전한 대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고, 범농협 관계사들과 외부서비스 기업들과 제휴를 넓혀 '올원뱅크'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농협금융의 관련 조직도 애자일화해서 빠르게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농협금융은 먼저 농협은행의 기존 뱅킹앱들을 개인과 기업, 두 개만 남기고 모두 통폐합해 고객의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농협금융의 모바일 플랫폼은 기존의 영업중심, 수익중심에서 고객중심에서 완전히 개편해 궁극적으로 강력한 '생활플랫폼'으로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측은 무엇보다 이번 디지털 혁신안이 디지털 개방론자인 손병환 회장의 의중이 깊게 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 설명>지난 9일, 서울 중구 소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화상회의실에서 개최된 2021년 제1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농협금융지주)
<사진 설명>지난 9일, 서울 중구 소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화상회의실에서 개최된 2021년 제1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은 설연휴 직전인 지난 9일, 손병환 회장과 전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들이 참여하는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를 개최하고, 올해 중점 추진할 디지털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금융기관도 향후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실제로 '손 회장이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들이 고객 불편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반면, 기존 금융회사는 여전히 서비스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 갇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들어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은 송금 수수료나 수취인 계좌확인 불편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간편송금 서비스를 발빠르게 내놓았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금융회사들은 CMS결제 수수료에 집착하는 등 영업점 중심의 사고방식에 갇혀 간편 송금 서비스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농협금융은 DT 추진속도와 고객의 이용 편의성, 사업성과를 2배로 높이는 '2X 스피드업(Speed-up)' 경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사업은 ‘고객‘, ‘통합‘, ‘개방‘으로 요약된다.

◆농협금융 “고객이 머물고 싶은 통합플랫폼 구축할 것”

농협금융은 현재 금융회사 관점으로 만들어진 각 계열사 모바일 앱을 고객 관점에서 기본부터 재점검해 금융의 본질과 특성을 반영한 통합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협 '올원뱅크'를 하나로마트 등 범농협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관문(포탈)으로 만들어 고객이 보다 손쉽게 자산을 관리하고 보험, 결제, 투자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내 손안의 금융비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농협만의 차별화된 생활 밀착형 종합플랫폼을 구축, 디지털 금융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농협금융은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계열사 자체 앱도 정비할 계획이다. 은행은 현재 6개의 뱅킹 앱을 개인·기업용 스마트뱅킹 2개만 남기고 통합한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애자일 조직을 신설, 시작 단계부터 계열사 의견을 조율해 나가며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이 추구하는 통합플랫폼 생태계. 통합플랫폼을 통해 각 계열사 앱을 연결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니즈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외부 플랫폼 및 농협몰 등 범농협 플랫폼과 연결해 농협만의 차별화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
농협금융이 추구하는 통합플랫폼 생태계. 통합플랫폼을 통해 각 계열사 앱을 연결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니즈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외부 플랫폼 및 농협몰 등 범농협 플랫폼과 연결해 농협만의 차별화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


◆다양한 외부 플랫폼에 서비스 개방하고 협력 추진

아울러 농협금융은 손 회장의 개방형 사상을 반영해 농협의 유통사업 등 내부 조직뿐만 아니라 외부 빅테크·핀테크와도 사업 제휴를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손 회장은 과거 농협은행 시절 오픈뱅킹의 시초가 된 금융권 최초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공개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개방과 연결, 협력을 강조한다. 손 회장은 “경쟁보다 상생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전문인력에 대한 채용도 확대하기로 했다.농협금융은 계열사의 적극적인 인재채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회사 CEO와 디지털부문장 성과평가에 디지털 인재채용 노력도를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농협금융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디지털 사업 운영체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주사와 계열사의 역할 분업을 명확히 했다. 계열사는 동종업계 최고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작년에 수립한 DT로드맵 고도화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농협금융지주사는 고객관점 통합플랫폼 추진, 디지털인재 확충 등 그룹 차원의 주요 과제와 함께 계열사를 횡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또한 지주사의 이상래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농협은행 부행장 겸직)이 주관하는 DT추진협의회에 디지털마케팅분과를 신설해 마이데이터 관련 계열사간 협업, 연계마케팅, 외부제휴 등을 금융지주 차원에서 직접 챙기도록 했다. 이상래 부문장은 지난해 손병환 회장이 삼성 SDS에서 직접 영입한 디지털 전문가로 현재 농협금융 DT추진과 전략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농협금융 그룹의 DT성과지표도 개편한다. 계열사의 DT추진 성과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성과지표 위주로 개편하고 시장 선도사와 비교를 강화해 계열사의 시장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손병환 회장은 “혁신이란 그리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며 “올원뱅크 송금 메뉴에 계좌복사 기능을 추가한 것처럼 고객을 위한 디테일하고 작은 노력이 쌓여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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