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플법진단]② 공정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독소규제 해소가 관건

권하영
급성장하는 온라인플랫폼을 겨냥한 당국의 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기 다른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 업계 혼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와 소비자 보호를 위함이라는 설명과 달리, 정부부처가 한창 성장하는 혁신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온플법진단’ 기획을 통해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다룬 주요 법안들을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온라인플랫폼법의 법적권한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간 갈등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은 크게 ▲공정위에 권한을 위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 공정위 정부안) ▲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나뉘어 부처간 ‘중복 규제’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입법근거를 공정거래법 등 현행법에서 찾는다.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행위 규제는 결국 공정거래법의 ‘거래상지위남용’ 조항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공정위가 명백하게 온라인플랫폼법의 단일한 소관부처를 자처하는 이유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 과장은 “기존에 공정위가 경쟁당국으로서 거래행위에 대해 소비자법, 공정거래법, 약관법 등으로 담당하던 것을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확대 적용한 것일 뿐 새로운 업무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 공정화법의 핵심은

공정화법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계약서 교부’다. 공정화법 제6조는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와 계약 체결시 필수기재사항을 포함한 중개거래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하나는 ‘불공정행위 제재’다. 제9조를 통해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시 법 위반액의 2배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는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막고 공정경쟁 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공정위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또 공정화법의 경우 정부안인 공정위안 외에 공정위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도 다수 있다. 현재로서 공정화법은 정부안 및 관련 의원안들이 통합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김병욱·민형배·배진교·성일종 의원안과 송갑석 의원안이 모두 정무위 관할이며, 이 법안들은 모두 공정위에 규제권한을 부여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조금씩 다른 조항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화법에 자칫 플랫폼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는 독소 조항들이 섞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안과 정무위 관할 의원안들이 통합 처리될 경우 이러한 독소 조항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규제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 독소규제 위험은

우선, 공정화법은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자 범위로 ‘매출액 100억원 이상’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단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 외에도 국내외 20~30개 정보기술(IT) 업체가 공정화법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적용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또 그밖의 단서는 모두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규제 불확실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정위는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거래상지위남용 요건인 ‘전속성’(거래 의존도)과 ‘계속성’(거래관계가 1년 이상)을 온라인플랫폼에 적용하기에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아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정화법 제정을 통해 엄격한 요건을 완화하고, 세부적인 것은 시행령을 통해 면밀한 의견수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시 필수 기재사항을 열거해 규율하는 것도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있다. 플랫폼 특성상 급변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 기재사항이 자칫 플랫폼의 영역 확장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 기재사항 중에 노출 기준 공개가 있다는 점도 민감한 대목이다. 사업자들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유출되지 않도록 섬세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읍소한다. 현재 공정위안을 비롯해 다수 온라인플랫폼법이 그 범위에 대해서는 역시 시행령에 위임한 상태다.

송갑석·김병욱 의원안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차별대우 금지’ 조항도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 부과나 광고비 산정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점업체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예컨대 특정 판매자에게만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등의 차별 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이는 판촉행사 자체가 위축되고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의 P2B(플랫폼-입점업체) 규정을 보면 차별에 대한 사유를 명확히 설명하라고 할 뿐 차별 자체를 금지하진 않는다”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거래중개뿐만 아니라 직접 판매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고, 마케팅 차등을 금지해버리면 입점업체나 소비자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안과 의원안들 사이 조율이 필요한 조항들도 있다”면서 “공정위 입장에서는 사업자 의견 수렴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고, 규제 권한 문제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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