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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 세기의 재판서 넷플릭스 이긴 SKB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법원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망 사용료 논쟁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 측 소송 대리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며 “넷플릭스는 세계적 기업이고, 엄청난 데이터와 콘텐츠를 갖고 있어 경쟁업체들은 일찍 굴복했다. SK브로드밴드는 끝까지 해보자 했고, 법원에서 그러한 기업에 손을 들어준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서비스 시작 후 약 3년만에 국내 데이터 트래픽은 무려 30배가 늘었다. SK브로드밴드는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해 용량을 증설하는 등 비용 부담을 느꼈고,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망 사용료 분쟁을 겪었고,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를 요청했다. 정부 재정안이 나오기 전, 넷플릭스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법적 대리인으로 세운 후 소송전에 나섰다. 넷플릭스가 소송을 통해 정부 재정안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소송에서 웃을 수 없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SK브로드밴드의 동경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해외망, 부산에서 서울·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국내망을 이용해 전송된다. 이번 소송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봤고, 넷플릭스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와 관련 강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나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급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글로벌 커넥티비티를 통해 전송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망 중립성은 ISP가 CP와 콘텐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지, 무료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넷플릭스는 자사 구독자에게만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기에, 글로벌 커넥티비티를 주장할 수 없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세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SK브로드밴드가 이번 판결을 통해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감정하지는 않았으나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승소를 바탕으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검토한다.

강 변호사는 “한국은 해외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 그들에게 좋은 재판 결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기업도 한국 법령을 준수하고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전기통신사업법, 민법 법리를 뛰어넘어 반대되는 논리를 많이 펼쳤다. 법원이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불복한다며 반소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으로 본다”며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CP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역차별 문제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넷플릭스는 판결문을 살펴본 후 항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날 넷플릭스를 입장문을 내고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는 이용자 외 CP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도 이중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1조원 금액을 투자해 개발한 오픈커넥트를 사용하면,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줄일 수 있다. 오픈커넥트 설치 또한 무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어느 ISP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방식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며 “전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으며, 이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넷플릭스가 항소하게 된다면, SK브로드밴드는 반소를 준비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항소를 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의에 나서게 될 경우, SK브로드밴드에 소송 취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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