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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본궤도]① 구글·페이스북, 韓 세금 제대로 낼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애플·페이스북·넷플릭스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조세회피 꼼수를 막을 길이 열렸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이행체계(IF)가 현지시간 1일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디지털세란 여러 국가에 진출해 막대한 디지털서비스 관련 매출을 올리고도 시장 소재지에 고정사업장(서버)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 글로벌 IT 기업의 디지털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IF의 합의안은 ▲사업장 소재지와 관계 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필라1’ ▲조세회피 목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15%)을 도입하는 ‘필라2’로 요약된다. 필라1의 경우 연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0~30%에 대해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한다.

◆ 주요 글로벌 IT 기업이 낸 국내 법인세, 네이버 절반 불과

이번 합의안이 국내에 미칠 핵심 영향 중 하나는 이른바 ‘사업장 꼼수’를 통한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애플·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 134곳이 2019년 납부한 세금은 2367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 IT 기업인 네이버 한 곳이 낸 법인세 4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외감법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의 국내 실적이 ‘깜깜이’였던 데다, 사업장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실하게 법인세를 내는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구글의 한국 자회사인 구글코리아의 경우 2004년 설립 이후 약 16년 만인 올해 4월 처음으로 재무제표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01억원, 1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5조3041억원과 4조156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구글의 핵심 수익원인 앱마켓 수수료 부문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앱마켓 수익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기록된다. 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앱마켓 구글플레이의 2019년 매출 추정치는 5조7000억원 안팎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작년 구글코리아의 실질적인 국내 매출이 최소 5조~6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간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낸 세금은 97억원 수준에 그친다.

구글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광고를 페이스북 그룹 회사로부터 사와서 한국 광고주에 되파는 형태로 사업을 하며 매출을 400억원대로 줄였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도 네델란드 법인에 판매권을 사와 되파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에 낸 세금은 각각 20~30억원에 불과하다.

◆ 사업장 소재지 관계없이 세금 부과…조세체계 근간 바꿔

그러나 사업장 소재지와 관계 없이 매출발생국에도 과세권을 부여하는 필라1(디지털세)을 통해 한국 정부는 글로벌 IT 기업에 상당한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이미 막대한 글로벌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은 영업이익률도 30% 안팎에 이른다. 필라1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한국의 손익과 관련해 “아직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국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인) 한두 개 기업의 세수를 해외에 배분하고, 반면 나머지 98~99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세수를 받는 구조”라고 밝혔다.

다만 정정훈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시행 초기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후기로 갈수록 세수 증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IF 합의문은 협정 시행 7년 뒤부터 과세 대상 기업을 연매출 200억유로에서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향후 디지털세를 적용받는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질 수 있다. 이번 합의문이 IT 기업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제조기업도 대상으로 지목함에 따라,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문은 국가간 유불리 여부를 떠나, 그간 사업장 소재지를 핑계로 조세를 회피해왔던 글로벌 거대 기업에 사업장 유무와 상관 없이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국제 조세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조세회피 편법을 써왔는데, 당연히 국내에서 돈을 벌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맞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글로벌 기업들이 정당한 세금을 냄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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