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딜라이트닷넷] 신고기한 끝나고 ISMS 딴다고?…‘위기 거래소’ 가려내는 법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IT 전문기자들의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마감 기한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시작됐습니다.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는 거래소들이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공지가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 또한 요구됩니다. 당장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폐업’일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트소닉, 신고기한 9월인데 11월까지 서비스 중단?…사실상 폐업

대표적인 예가 거래소 비트소닉의 공지입니다. 비트소닉은 8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3개월 간 리뉴얼을 실시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내적으로는 개발진을 충원하고 서비스를 개편한다고 했으며, 외적으로는 바이낸스와의 API 연동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서비스 개선을 위한 리뉴얼인 것처럼 보입니다.

또 비트소닉은 “거래소 리뉴얼을 마치게 되면 최종 심사 통과 후 보류된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특금법 영업신고 마감 기한은 9월 24일입니다. 9월 24일까지 영업 신고를 하지 않는 거래소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비트소닉은 11월 30일까지 리뉴얼을 하고 그 이후에 ISMS를 취득하겠다고 했는데요, ISMS가 없으면 영업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비트소닉은 9월 24일까지 영업 신고를 할 수 없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영업 신고도 하지 않고 실시하는 리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죠.

게다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최근 “통상적으로 ISMS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선 3~6개월이 소요된다”며 “2021년 7월부터 인증을 신청한 가상자산사업자는 특금법 신고 기한인 9월 24일 이전에 인증을 획득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트소닉은 ISMS를 신청한 이후 보류됐다고 밝혔으나, 재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9월 24일 전에 ISMS 등 요건을 갖춰 영업신고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사실상 폐업이라고 봐야 하고, 투자자들은 리뉴얼을 기다리는 것보다 거래소 내에 있는 자산을 빠르게 출금해야 할 것입니다.

◆‘뜬금’ 리뉴얼에 해킹까지…‘위기 거래소’들의 단골 수법

그렇다면 폐업 가능성이 높은 거래소를 가려내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00% 확실한 방법은 없으나 주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을 닫는 거래소들이 주로 썼던 공지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비트소닉이 언급한 거래소 리뉴얼은 폐업 수순을 밟은 거래소들이 줄곧 활용했던 방법입니다. 영업 지속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리뉴얼을 핑계로 우선 서비스를 중단해놓고, 방법을 모색하는 식입니다. 끝내 방법을 찾지 못하면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이죠.

고객 돈을 출금해주지 않은 채 문을 닫아 논란을 빚었던 코인제스트도 처음에는 ‘차세대 플랫폼 구축’을 내세웠습니다. 알고 보니 거래소 자금난으로 인해 고객 돈까지 출금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었는데요. 이런 사실은 쏙 빼놓고 “차세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원화 출금을 일시중단했고, 그 중단은 영원히 계속됐습니다.

해킹이나 금융 사기에 연루됐다는 것도 폐업 거래소들이 꾸준히 활용해온 방식입니다.

지난달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린 거래소 달빗은 “거래소 해킹 이슈까지 발생해 정상적인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현재 강남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달빗코인’ IEO 참여에 사용된 회원들의 이더리움(ETH)을 모두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거래소 해킹 피해로 인해 이를 조사하고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환불이 지체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만약 환불이 지나치게 지연되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지게 되겠죠.

파산한 거래소 트래빗도 보이스피싱을 핑계로 수차례 출금을 중단하다 결국 파산했는데요. ‘기획 파산’ 의혹으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뜬금없는 리뉴얼을 계획하거나, 해킹 또는 금융사기 연루 사실을 밝히는 거래소가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출금이 닫히지 않는 한 해당 거래소로부터 원화 또는 가상자산을 빠르게 출금하는 게 좋습니다.

[박현영기자 블로그=블록체인을 부탁해]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