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애플도 MS도 'x86' 떠난다…인텔의 해법은? [IT클로즈업]

김도현
- AP 이어 CPU 세력 키우는 ARM 아키텍처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탈(脫)인텔’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인텔의 아키텍처 ‘x86’ 대신 ARM을 통해 자체 칩을 개발하려는 흐름이다. 인텔은 아키텍처 성능 향상이라는 직진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확대라는 우회적 경로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19일(현지시각) 인텔은 ‘아키텍처 데이’를 온라인 개최했다. 3년째 열리고 있는 이 행사는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날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은 “올해 행사는 가장 흥미진진했다. 오늘 우리는 한 세대 동안 인텔 아키텍처의 가장 큰 변화를 공개했다”며 “고객의 까다로운 워크로드에 이점을 제공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아키텍처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설계방식이다. 반도체의 뼈대다. 코두리 수석부사장은 아키텍처를 ‘HW와 SW의 연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키텍처 분야는 인텔과 ARM이 양분하고 있다. 인텔은 서버·PC용 중앙처리장치(CPU), ARM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주력이다. 양사는 각각 아키텍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실상 독점 체제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이 PC에 직접 개발한 CPU를 투입하면서다. 애플은 ARM 아키텍처 기반 ‘M1’를 선보였고 맥북 등에 탑재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CPU 설계에 착수했다. 역시 ARM 코어를 바탕으로 한다. PC 운영체제(OS) 주도권을 잡은 MS의 선택은 인텔에 부정적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도 잇달아 ARM과 협업을 통해 자체 프로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GPU 강자 엔비디아마저 ARM 기반 CPU를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x86 엑소더스는 왜 발생했을까. 업계에서는 유연성을 꼽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네트워크 인프라나 서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하기를 추구한다. ARM 아키텍처는 그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반면 x86 아키텍처 기반 인텔, AMD 등의 CPU를 사용하면 정해진 틀에서 서버를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인텔은 x86 아키텍처 유인책으로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행사에서 ‘에피션트 코어’와 ‘퍼포먼스 코어’를 발표했다.

에피션트 코어는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아키텍처다. 기존 CPU 마이크로아키텍처 ‘스카이레이크’ 대비 동일 전력으로 40% 높은 단일 스레드 성능을 제공한다. 가령 4개의 에피션트 코어는 2개의 스카이레이크보다 더 적은 전력으로 80% 더 높은 성능을 지원한다.

퍼포먼스 코어는 역대급 CPU 성능을 갖췄다. 인텔은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아키텍처라고 치켜세웠다. 병렬화를 높이고 레이턴시는 줄이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였다. 고성능컴퓨팅(HPC) 제품을 위해 대용량 데이터 및 많은 코드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1세대 코어 아키텍처(사이프레스코브) 대비 19% 개선된 성능을 보인다.

아울러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로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CPU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파운드리 매출로 상쇄하겠다는 의도다. 인텔이 최근 차세대 공정 및 패키징 청사진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사와도 거리낌 없이 협력하기로 했다. IBM과 패키징 등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설계 분야에서는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과 동맹을 맺었다. 파운드리 에코시스템에는 ARM 리스크파이브 등 아키텍처 경쟁사도 포함했다. 다양성을 통해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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