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LAY IT] 부업으로 괜찮을까…배송알바 ‘쿠팡 플렉스’ 체험해보니①

이안나

물류캠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플렉서가 해당 받은 노선 물품만 별도 분류하는 것이다.
물류캠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플렉서가 해당 받은 노선 물품만 별도 분류하는 것이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 플렉스 부업으로 괜찮을까요?”

투잡·부업 등을 찾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쿠팡 플렉스에 대한 문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쿠팡 플렉스는 지원자(플렉서)가 자신의 일정에 따라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배송 아르바이트다. 자차를 배송 차량으로 활용해 물품을 수령 받고 고객에게 전달한다.

쿠팡은 지난 7월 플렉스 프로그램 내에 ‘우리동네 배송하기’를 추가했다. 쿠팡 배송인력 쿠친이 대형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물품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플렉서가 물류 캠프에 따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대신 배송 단가는 100~200원가량 더 낮다. 원하는 날 일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보고 난이도가 더 쉬워 보이는 우리동네 배송하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여러 상황들로 우리동네 아닌 기존 플렉스 인력으로 일하게 됐다.

◆ 열심히 ‘예습’했지만 배송 직전 돌발 변수=플렉서로 일하려면 스마트폰에 ‘쿠팡 플렉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아쉽게도 플렉스 앱은 보안정책에 따라 화면 캡처가 불가능하다. 회원가입, 원하는 시간대 날짜, 배송가능 지역을 설정하고 나면 캠프별 배송 날짜, 시간, 단가가 안내된 리스트를 볼 수 있다. 가령 서울 강서구·영등포구 중심으로 선택하니 일산4·7캠프 모집공고들이 떴다.

원하는 날짜·시간을 선택하고 나면 차량 정보와 업무 희망조건(배송/반품), 상품 개수를 선택한다. 이중 상품 개수는 공고에 생략돼있기도 하다. 배송 희망 지역으로 주요 아파트단지 이름들이 열거돼있어 몇 가지를 선택해 양식을 제출했다.

8월7일 ‘일산7캠프 주간-우리동네 배송’을 선택했다. 용역비는 시간당이 아닌 품목 개수에 따라 매겨진다. 단가는 일반·신선 박스 800원, 비닐 550원, 반품 550원, 프레시백 회수 150원이었다. 공고에 없던 희망 상품 개수는 구글 폼에 별도 접속하니 선택지가 보였고 그중 가장 낮은 개수이던 ‘80개 이하’를 택했다.

업무 확정 안내는 배송신청일 하루 전날 오후 카카오톡으로 받았다. 전날 저녁 쿠팡 플렉스 설명 영상 여러 개를 반복해 돌려봤다. 물품을 전달받고 최대한 버벅이지 않고 신속히 처리하기 위함이다. 아파트단지를 선택할 때 집과 10분 거리에 있는 곳들 위주로 선택했지만 막상 배정받은 곳은 자차로 20분 거리인 대형 아파트단지였다. 물론 단지를 선택할 땐 참고사항이라고 안내돼있어 그러려니 했지만 당혹스러운 일은 배송일 당일에 벌어졌다.

배송일 오전 11시 약속장소인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거의 도착한 10시40분 무렵 물류캠프에서 전화가 왔다. 해당 아파트단지는 이미 다른 택배업체에서 고정으로 맡고 있는 지역이라 다른 날 다시 신청하거나 ‘우리동네’ 아닌 기존 플렉스 방식으로 집 근처 아파트단지를 맡으라는 것. 상대적으로 배달이 힘든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 등에 플렉서들이 배치된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플렉스 활동을 위해 주말 시간을 빼놨기 때문에 변경된 업무를 이행하겠다고 했고 기존 일정과 달리 김포에 위치한 물류 캠프에 들러 물품 수령을 해야 했다. 약속시간 20분 전 받은 연락이었지만 전날 업무 확정 연락을 받았음에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물류캠프에 도착하니 일반 차량은 쿠팡 차량들이 먼저 들어갈 때까지 대기하라고 해 다시 20분을 기다렸다. 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안내원은 쿠팡 물류캠프 앱 ‘쿠펀치’에 뜬 QR코드를 보여달라 했다. 사전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기에 뒤에 차량들이 밀려있음에도 불구 그 자리에서 앱 설치, 회원가입까지 해 인증을 완료해야 했다.

◆ 배송의 모든 과정은 쿠팡 플렉스 앱에서 관리=물류캠프에 도착해선 자신이 맡은 노선을 확인해 근처에 차량을 대고 해당 물품을 분류해야 한다. 이날 배정받은 노선이 ‘401B 02, 03’라면 운송장에 해당 노선이 찍힌 물품만 골라낸다. 중간중간 01, 04가 적힌 물품도 꽤 많았는데 무거운 물품이 다른 노선일 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처음 우리동네 배송을 신청할 땐 물량 약 50개 정도를 예상하며 ‘80개 이하’를 선택했다. 실제 쿠팡도 플렉스에 처음 참여할시 30~50개 정도를 권장하고 있다. 상황이 변동되고 캠프 직원은 “배송해야 할 물량이 90개인데 80개랑 큰 차이가 없으니 괜찮을 것 같다”기에 “알겠다”고 답했다. 처음 플렉서로 참여했기에 기자에게 맞는 적정 수량을 초과했단 걸 파악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모든 배송 과정에선 쿠팡 플렉스 앱이 필요하다. 앱을 실행하면 당일 할당받은 물품 수량이 ‘스캔대기’ 항목에 뜬다. 분류한 물품 바코드를 앱으로 찍으면 하나씩 ‘진행대기’ 목록으로 옮겨간다. 의외로 플렉스 앱의 바코드 인지 속도는 빠른 편이다. 이미 찍었던 바코드나 할당된 노선이 아닌 품목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안내 메시지가 뜬다.

94개 품목을 빠짐없이 찾고 배송할 아파트단지 101동부터 109동까지 물량을 구분했다. 이미 이 과정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 박스·비닐포장 외에도 캔음료·휴지·쌀 등 무거운 물품들이 많았다. 직원들이 업무에 대해 설명해주긴 하지만 큰 흐름만 짚어준다.

오히려 세세한 질문이나 노하우 등은 바로 옆 노선에서 작업하던 베테랑 중년 부부 도움을 받았다. 혹여 보이지 않는 물품이 있다면 끝까지 찾지 않아도 되고 물품을 차량에 싣기 전 같은 동끼리만 모을 것, 아파트단지 배치도를 보고 효율적인 배송 경로를 살필 것 등을 알려줬다.

분류한 물품을 차량에 싣는 것도 난관이었다. 처음엔 동별로 분류한 물품을 차곡차곡 실었지만 94개 물량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엔 어떻게든 빈 공간을 찾아 욱여넣어야 했고 조수석에도 탑재해야했다. 일행 1명과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1시간 10분 만에 차량에 싣는 걸 완료했다. 처음 우리동네 배송을 신청하며 예상했던 건 오전 11시에 시작해 늦어도 오후 2시에 끝내는 일정이었다. 실제론 아파트단지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였고 본격적인 배송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PLAY IT] 쿠팡 플렉스 2편에서 계속.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