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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업은 11번가, ‘해외직구’로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이안나
11번가 이상호 대표
11번가 이상호 대표
- 국내 기존·신규 ‘직구족’ 모두 공략…11번가 향후 과제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1번가와 아마존 첫 합작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지분투자 약정을 체결한 지 9개월만이다. 국내에선 해외직구와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1위 사업자가 없다. 정체기를 겪고 있는 11번가가 국내 ‘직구족’들을 끌어들여 e커머스 업계서 다시 존재감을 내비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11번가는 수천만개 아마존 미국 판매 상품을 11번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는 31일 연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전세계 12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현지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11번가가 처음이다.

◆ 상품군·가격·배송 장점 갖추고 해외리뷰도 한국어 제공=해외직구 시장에선 상품 개수는 물론 가격과 빠른 배송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11번가는 3가지 요인을 두루 갖췄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패션·뷰티·리빙·도서까지 3~4000만개 상품을 판매하며 계속 추가 중이다. 이는 쿠팡 로켓직구 상품 수 700만개 보다도 4~5배 많다. 아마존에서 실시간 진행하는 카테고리별 핫딜, 한정특가 딜도 11번가에서 동일하게 구매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아마존 미국 가격 기반으로 환율을 반영해 원화로 노출한다. 11번가 프로모션까지 더하면 아마존 해외사이트에 직접 접속할 때보다 더 저렴하게도 구매 가능하단 설명이다. 배송기간은 평균 6~10일이지만 한국 직구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16만개 이상 선별한 ‘특별 셀렉션’은 평균 4~6일내 배송된다. 인기 상품은 배송기간 단축을 위해 미국 서부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 미리 상품을 이동시켜놨다.

모바일 앱 하단엔 아마존 홈 버튼을 생성해 접근성을 높였다. 신규 직구족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인기 상품 설명과 해외 리뷰 등을 번역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를 적용, 기계번역된 한국어로 제공한다. 아마존 상품 전담 고객센터도 운영한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기존 해외 직구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로 첫 번째는 압도적 스케일 상품 숫자, 두 번째는 구매할 때 한국 사이트라고 느낄 정도로 사용자경험(UX)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라며 “인기 많은 상품은 이미지에 들어가 있는 영문 텍스트도 터칭해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 직구족 이끌 무료배송...구독 서비스 효과 입을까=기존 직구족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요소는 ‘무료배송’이다. 초기 11번가가 SK텔레콤 ‘T멤버십’ 혜택 중 하나로 급성장한 것처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도 SK텔레콤이 새롭게 선보인 구독서비스 가입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한다. 단 과거와 차이점이라면 이번 구독서비스는 통신사 관계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구독 상품 ‘우주패스’에 가입하면 최소 주문 금액 조건 없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무료배송 혜택이 제공된다. 여기 더해 5000원 할인 쿠폰 2매, 11번가 SK페이 3000포인트를 지급한다. 우주패스 미니는 아마존·11번가 기본혜택에 더해 구글원 멤버십 혹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라이트 이용권 중 선택할 수 있다.

단 가장 저렴한 구독 금액은 월 4900원으로 로켓직구를 제공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2900원)보다 높은 편이다. 쿠팡 역시 로켓직구 배송기간은 평균 3~4일(도서산간 7~10일)이고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전상품을 무료 배송하고 있다. 록인 효과를 위해 최근 OTT 콘텐츠도 강화 중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지 않아도 11번가에선 2만8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해준다. 쿠팡에선 2만9800원으로 일반 고객 대상 무료배송 조건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11번가는 상대적으로 구독료가 높은 만큼 혜택이 많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구·카페트 등 특수배송 품목은 무료배송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직구족들이 고려해야할 지점이다. 또한 회사는 무료배송 기준이 추후 변경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놨다. 초기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향후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11번가 측은 “전체 상품 중 별도 배송비를 내야하는 건 일부고 무료배송 가능 품목이 훨씬 많다”며 “배송비를 포함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용들은 3사(SK텔레콤·11번가·아마존)가 협의를 통해 적정하게 맡고 있다”고 전했다.

◆11번가-아마존, 제휴 범위도 넓힐까=11번가와 아마존은 향후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 측면에서 11번가가 풀어나가야할 과제도 있다. 쿠팡·네이버 등 주요 e커머스 기업들은 록인 효과를 위해 상품구매 외 OTT 등 사업분야를 넓히고 있다. 현재 11번가와 아마존 제휴는 상품구매에 국한돼있고 아마존 프라임 등 OTT서비스까진 제공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오픈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OTT도 제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웨이브와 서비스 성격이 겹치는 상황이다.

경쟁업체들이 미국 외 중국·유럽·홍콩 등 국가별 상품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직구 대표’로 거듭나겠다는 11번가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아직까진 국내 해외직구 구매 비중에서 미국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11번가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해외직접 구매액 비중은 미국(43%)이 유럽(23%), 중국(21%)보다 높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직구족들은 주로 국내에서 이미 입소문 타고 검증된 특정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 해외직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세페이지 번역 등은 생각보다 중요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일본·유럽도 직구 시장이 활성화돼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직도 미국 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11번가가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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