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8월 한 달 간의 NFT 거래금액이 7월에 비해 두 배 가량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9월의 시작도 심상치 않습니다. 8월 마지막주에 역대급 거래금액과 거래량이 나오기는 했지만 9월 들어서도 여전히 NFT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댑레이더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주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캐시(BCH)와 라이트코인(LTC)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사실 NFT 거래금액은 올해 들어 꾸준히 성장하다가 5, 6월에는 주춤했습니다. 한 차례 붐이 지나간 듯했는데요. 7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 그리고 최근 거래금액이 급증한 NFT 컬렉션 시리즈 ‘크립토펑크’가 성장세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이번주 <주간블록체인>에서는 NFT 시장이 다시 크게 성장했다는 소식과 함께 성장세를 견인한 엑시인피니티, 크립토펑크를 다뤄보겠습니다. 또한 크립토펑크 유행에 영향을 미친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의 NFT 사업 소식, 향후 NFT 시장 전망까지 고루 알아보겠습니다.
◆NFT 거래금액 증가 견인한 크립토펑크‧엑시인피니티
NFT란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뜻합니다. 소유권과 거래기록을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토큰화할 때 유용하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더블록 통계에 따르면 8월 한 달 간 NFT 거래금액은 약 23억달러(2조 6818억원) 수준으로, 한 달만에 상반기 거래금액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지난주(8월 22~29일)에만 8억달러 이상이 거래됐습니다.
거래금액 증가를 이끈 건 NFT 컬렉션 시리즈인 ‘크립토펑크’와 블록체인 게임 ‘엑시인피니티’입니다.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으로 지난 한 달 간 크립토펑크 NFT 거래금액은 6억 8000만달러, 엑시인피니티 NFT 거래금액은 8억 2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체 거래금액인 23억달러에서 두 프로젝트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죠. 크립토펑크와 엑시인피니티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비자는 왜 픽셀 이미지를 1억 7000만원에 샀을까
우선 크립토펑크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크립토펑크는 24*24 픽셀 이미지로 만들어진 1만개의 캐릭터 NFT로, 각각의 캐릭터들이 고유한 특성을 지닙니다. 외계인이나 유인원 캐릭터의 경우 개수가 적어 희귀하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에 팔립니다.
최근 비자가 시리즈 중 하나인 ‘크립토펑크 7610’ NFT를 구매하면서 크립토펑크 거래금액도 크게 증가했는데요. 더블록은 “비자의 NFT 구매 소식이 크립토펑크 구매 시장에 알려지면서 한 시간 만에 2000만달러 규모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비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15만달러(약 1억 7300만원) 규모 크립토펑크 NFT를 구매했습니다. 이후 NFT 백서까지 발표하며 NFT 산업에 진출할 것임을 공식화했습니다.
카이 셰필드(Cuy Sheffield) 비자 크립토부문 책임자는 지난 2일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2021’에 참여해 “NFT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NFT 비즈니스를 할 순 없다”며 구매 배경을 밝혔습니다.
또 비자가 NFT 시장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는데요. 전 세계에 있는 비자 가맹점 풀을 이용해 훌륭한 IP(지적재산권) 보유 기업을 발굴하고, 해당 기업들이 NFT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비자 사용자들이 진입장벽 없이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비자 카드를 통해 NFT 구매가 쉬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크립토펑크가 유명해진 건 단순히 비자 때문만은 아닙니다. 비자 구매 건 이전에도 NFT 시장의 주요 프로젝트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예쁘지도 않은 픽셀 캐릭터가 수억, 수십억원에 팔리는 현상이 기이하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크립토펑크가 높은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예뻐서가 아니라, NFT 시장에서 큰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백훈종 COO는 “사람들은 작품의 심미성이나 예술성을 떠나서 상징성과 스토리에 집중한다”며 “크립토펑크는 2017년 NFT 시장 초창기에 나왔다는 상징성이 있고, 프로필 사진에 걸어 자랑하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스토리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자도 이 같은 특징을 인지하고 크립토펑크를 구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이 몰리는 곳에 일찍이 투자해야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테니까요.
◆‘플레이 투 언’ 열풍 일으킨 엑시인피니티, 앞으로는?
다음으로 엑시인피니티를 살펴보겠습니다. 엑시인피니티는 게임 내 캐릭터이자 NFT인 ‘엑시’로 퀘스트를 깨고 배틀을 벌이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인데요.
지난 6~7월부터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엑시인피니티를 통해 평균 임금을 웃도는 생활비를 벌기 시작한 것이죠.
엑시인피니티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필리핀에선 엑시인피니티 게임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기관까지 생겨났고요. 게임 플레이를 위해선 엑시 캐릭터가 필요한데, 이 캐릭터를 대여해주고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서비스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엑시인피니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통해 생활비 등 돈을 버는 것을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라고 합니다. 엑시인피니티가 일으킨 열풍을 통해 ‘플레이 투 언’ 현상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엑시인피니티가 NFT 거래금액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된 배경입니다.
현재는 엑시인피니티뿐 아니라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플레이 투 언’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최근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해외에 출시한 ‘미르4 글로벌’도 ‘플레이 투 언’ 열풍에 힘입어 흥행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위메이드의 주가와 토큰인 위믹스(WEMIX) 가격도 많이 뛰었죠.
다만 ‘플레이 투 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도 일반 게임처럼 게임 그 자체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돈을 벌 수 있다는 특징 하나로 사용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있죠. 이런 경우는 지속가능하기 힘듭니다.
백훈종 COO는 “게임 자체가 팬덤을 일으킬만한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일시적인 사용자층이 생길 수 있다”며 “지속가능하려면 게임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들도 다른 게임을 리서치하고 후속작들을 흥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엑시인피니티 팀은 자체 개발한 사이드체인 ‘로닌’을 활용해 다른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을 출시하고 흥행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다행히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벌써부터 훌륭한 그래픽과 재미 요소를 갖춘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 COO는 “최근에는 이더리움뿐 아니라 솔라나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엑시인피니티를 뛰어넘는 제대로 된 블록체인 게임들이 앞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NFT 시장 규모 계속 커질 듯…법적 문제는 주시해야
그렇다면 NFT 거래량,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까요?
이 사진은 요즘 트위터에서 유명하는 사진입니다. 1987년의 백만장자는 월스트리트의 화려한 사무실에서 근무했지만, 2021년의 백만장자는 작은 방에서 크립토펑크를 구매하는 모습입니다. NFT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사진인데요.
재미를 위해 만든 합성사진이지만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기도 합니다. NFT가 단순히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예술품을 넘어, 신진 예술가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하고 메타버스 내 재화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NFT 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고, 시장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최근 가트너도 향후 2~10년 간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기술 목록에 NFT를 추가했습니다. 가트너는 NFT가 현재 ‘기대 정점의 단계’에 있다고 분석하며, “기대 정점의 단계에 있는 동안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특히 법적 문제가 그런데요.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함부로 NFT화하는 사례가 늘면서 저작권 분쟁이 계속 발생하고 있죠.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이지 저작권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NFT를 발행해선 안됩니다.
NFT의 법적 성격도 각 국가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NFT를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함께 분류할 것인지, 어떻게 법적 성격을 규정할 것인지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만약 NFT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에 해당한다고 보면 NFT를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들은 가상자산사업자로 영업신고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