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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RM M&A, 산으로…반도체 업계, M&A 불가능해지나 [IT클로즈업]

윤상호
- 영국 이어 EU, 엔비디아 ARM M&A 우려 분위기
- 각국 정부, 반도체 생태계 강화 움직임도 부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이 산으로 가고 있다.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엔비디아는 미국 시스템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다. ARM은 영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회사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세계 1위다.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부상으로 쓰임새가 늘었다. ARM은 인텔이 주도하는 x86 기반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활용하는 IP다. 특히 퀄컴 삼성전자 애플 등 모바일 기기 두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모두 ARM 기반이다.

엔비디아는 2020년 9월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과 400억달러(약 46조7700억원) M&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완료는 주요국 심사에 달렸다. 양사 M&A 종료 목표는 2022년 3월이다.

8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ARM M&A 승인을 요청했다. 10월13일 결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4개월 연장할 수 있다. 지난달 영국 경쟁시장청(CMA)는 심층조사에 착수했다. 좋지 않은 신호다. CMA는 영국 안보 위험을 우려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반대도 여전하다. EU 분위기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ARM은 팹리스의 팹리스로 여겨지는 업체다. 1000개 기업 이상이 ARM기반 시스템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 ▲애플 A·M시리즈 등 1900억대 이상 시스템반도체에 ARM 기술이 들어갔다.

SBG도 해외 업체였음에도 불구 엔비디아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이유는 각사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SBG는 투자사다. 엔비디아는 시스템반도체 참여자다. 투자사는 고객사 확충이 유리하지만 참여자는 경쟁사 확대다. 엔비디아가 ARM 기술을 독점하거나 사용료를 올릴 경우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생태계는 붕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엔비디아와 ARM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경쟁사는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퀄컴에 이어 팹리스 매출액 2위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65억700만달러(약 7조6200억원)와 24억4400만달러(약 2조8600억원)를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동기대비 68%와 275% 증가했다. ▲GPU ▲AI가속기 ▲암호화폐 등 엔비디아 제품 사용처 성장세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ARM M&A를 통해 AI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AI반도체는 아직 선두가 명확치 않은 격전지다. 엔비디아 발목만 잡아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각국 정부 반대는 국가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 중요성 증대 및 국제정치 역학관계가 엮였다. 국제정치경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미국과 중국 갈등이 이를 환기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카드를 꺼냈다.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차단했다. 화웨이는 모바일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등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기업과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관련 기업의 중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했다. 중국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도 장애물을 만났다.

영국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시스템반도체 IP 주도권마저 미국 기업에 넘겨야 한다. 이미 미국은 대부분 반도체 설계와 장비 관련 SW를 확보한 상태. 영국 반도체 업체 사업을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상황이 된다. EU도 비슷하다. 미국 중심 반도체 투자와 생태계 주도권 강화를 인정하는 셈이다.

중국도 문제다.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M&A에 대한 결론도 내지 않은 상태다. 이 거래는 중국 외 국가는 모두 승인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매그나칩반도체 M&A를 불허했다. 중국은 2018년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M&A와 2019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일본 코쿠사이일렉트릭 M&A를 반대했다. 미국과 영국 업체 결합이 중국에게 달가울리 없다.

한편 엔비디아는 우호적 여론을 조성키 위해 지난 6월 업계 전문가 등을 동원한 온라인 강연을 실시했다. 각국 정부와 ICT업계 설득에 주력했다.

엔비디아는 “영국에 R&D센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추가 투자와 고용을 하겠다”라며 “영국이 AI 개발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에도 당근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엔비디아는 미국 회사지만 ARM은 영국 회사고 영국 기술로 미국 밖에서 개발한다”라며 “미국 수출 통제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경쟁사 반대를 줄이기 위한 답변은 원론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ARM의 사업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것은 엔비디아 생태계 확장에 ARM의 역량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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