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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2021 ④] 편의점·홈쇼핑도 ‘유통+기술’, 가상세계서 쇼핑해볼까

이안나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백신 보급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유통산업 무게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연히 기울었다는 것.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온라인몰에 진열하는 것만으론 애초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e커머스 업체들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전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메타버스 진출은 오히려 홈쇼핑·편의점·백화점 등 ‘전통’ 유통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대표되는 잠재 소비자가 메타버스에 열광하자 유통업계는 마케팅을 위해 가상인간부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까지 다양하게 활용한다. 아직 메타버스를 통한 커머스가 본격 시행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체기에 진입한 홈쇼핑 업계는 지속 성장을 위해 젊은층 수요 확보가 꼭 필요하다.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 메타버스다. 특히 롯데홈쇼핑이나 CJ온스타일 등 일부 홈쇼핑업체는 더 넓은 고객층들 대상으로 주목도를 끌기 위해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사건사고 없이 콘셉트에 따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효율적인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

홈쇼핑 업체 중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2018년부터 VR·AR 등 인공지능(AI) 활용 가상체험 서비스를 선보이던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디지털사업부문 내 메타버스 전담팀을 구성했다. 주목받는 건 지난해 9월부터 자체 인력으로 만든 가상 모델 ‘루시’다. 루시는 실제 인간이 촬영한 사진에 가상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고도화를 위해 카이스트, 시각 특수효과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롯데홈쇼핑은 “음성이 더해진 루시 모습은 아직 개발 중”이라며 “먼저 올해 안에 홈쇼핑 방송에서 루시가 수화로 상품를 소개하는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 고객이 자신의 아바타로 쇼호스트와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과 VR장비로 집에서 오프라인 쇼핑을 경험하는 ‘웨어러블 가상 스토어’ 론칭을 계획 중이다.
CJ온스타일도 지난달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더엣지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더엣지의 데님재킷과 데님 팬츠를 입고 가수 이무진의 신곡 신호등을 열창한 것. 디오비스튜디오가 만든 루이는 AI 기술을 활용해 7명 얼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실제 인간모습과 가깝게 만들었다. CJ온스타일은 “기존 쇼핑호스트가 상품 설명을 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 인물을 통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체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동네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유통 시장 내 비중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마케팅에 적극적인 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차별화 서비스로 Z세대 접점을 넓혀 외형성장을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싸이월드와 손잡았다.

CU는 4개월이 넘는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 8월 제페토 내 인기 맵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열었다. 이후 한강공원 월드맵 방문자 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자 이달 중순 제페토 2호점 'CU제페토교실매점'도 추가했다. 가상매장엔 실제 편의점과 거의 동일한 인기상품들을 진열해뒀다. 루프탑, 취식공간, 공연무대를 그대로 구현했다.
아직까지 가장매장과 실제 점포 물건을 사는 것까진 어렵지만 BGF리테일은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프로모션을 우선 진행한다. CU는 제페토 2호점 오픈 기념 첫 콜라보 상품인 제페토 콘참치마요, 제육불고기 삼각김밥을 출시한다. 실제 점포에서 해당 제품 구매 후 패키지에 있는 스크래치를 긁으면 제페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를 랜덤 지급한다. GS25도 11월 말 싸이월드 가상공간에 지점을 오픈한다. 싸이월드 쇼핑 채널에 접속하면 편의점 GS25는 물론 홈쇼핑 GS샵에서도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백화점도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VR·AR기술을 활용해 ‘VR판교랜드’ 마케팅을 시행해온 현대백화점은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VR 추석 선물세트 행사장도 운영했다. 백화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휴대폰이나 홈페이지로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고, 실제 선물세트 크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상품 선택 시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싸이월드와 손잡고 라이브커머스를 시작으로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 내 면세점을 선보이는 등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현재는 메타버스에서 오프라인 상점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보여주는 형태로, 본격적인 커머스보단 브랜드 홍보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가 e커머스만큼 활성화된다면 오프라인 유통산업과 연결 전략이 더 중요해지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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