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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폭격 맞은 ‘페북’ 버린 저커버그, 싸늘한 여론

최민지

-마크 저커버그 CEO, ‘메타’ 사명 변경 전격 발표
-주가 반등했지만, 이미지 세탁 비난
-가짜뉴스‧혐오 게시물 중심에 선 페북, 내부고발에 전방위 압박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서 ‘공공의 적’으로 대두된 페이스북을 버리고 ‘메타’로 갈아탄다.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선포지만,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겹치며 추락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 미래와 비전을 공유하는 연례 컨퍼런스 ‘커넥트2021’를 개최했다. 이날 마크 저커버그 CEO는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약 90분간 메타버스를 향한 회사 비전을 공유했다.

◆저커버그 CEO, “사람 사이 소통 위반 기술 개발에 집중”=저커버그 CEO는 “새 사명은 그리스어 ‘저 너머’라는 그리스어 메타(meta)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연결하는데 중점을 둔 회사로, 다른 기술 기업이 기술 활용에 주력한다면, 메타는 사람 사이 소통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를 일상화해 사람들이 친구 및 가족과 소통하고, 각자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만나고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메타버스가 멀리 떨어진 사람과 실제로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차세대 소셜 테크놀로지 회사로서의 미래를 펼쳐나갈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페이스북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51% 오른 316.92달러에 마감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페이스북이 수익성을 위해 증오를 부추기고 이용자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북 꼬리자르기? 조롱‧패러디 이어져=이러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 페이스북이 새로운 사명을 꺼내든 것이다. 이에 논란의 페이스북 꼬리 자르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앤디 슬라비트 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메타는 오직 한 가지를 해냈다. 마크 저커버그, 그가 페이스북 CEO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저커버그는 그가 왕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상 유니버스를 짓는 것과 같은 논란이 적은 일들을 할 것이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말이다”라고 조롱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노트르담대학 커스틴 마틴 기술윤리 교수도 “페이스북 경영진은 현실 세계에서 그들의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가상세계에서 그들을 믿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Wendy‘s)는 트위터 이름을 ’Meat‘로 변경했다. 페이스북 새 사명 메타를 패러디한 것이다. 독일 슈퍼마켓 알디도 메타를 해시태그하고 이름 변경 패러디에 나섰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것을 두고, 기업들마저 비웃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내부 고발 이어 미국 정부 규제 리스크=앞서, 페이스북은 조회수가 높은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가짜뉴스와 혐오발언 등을 방치했다는 내부 폭로와 함께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일제히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올해 초 페이스북을 떠난 하우겐 전 매니저는 “페이스북 서비스가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했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미 상원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은 도덕적 파산 상태에 이르렀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다”고 증언했다.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9년 연구에서 인스타그램 좋아요 버튼이 어린 사용자에게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 미국 대선 당시 가짜 정보들도 방치하고, 인신매매와 사기에 악용되는 점 등도 방관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트정 게시물이 청소년 자살률을 높일 수 있음에도 삭제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에 CNN‧뉴욕타임즈 등 미국 17개 언론사는 이례적으로 연합해 페이스북을 고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했다. 저커버그 CEO는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거짓 이미지를 씌우려고 한다고 맞받아쳤다. 사회문제의 반영이지, 페이스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도 페이스북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폭로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 의회는 페이스북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FTC에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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