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개발자다] 명품 플랫폼 발란, ‘김혜수 효과’ 뒤 개발자들 숨은 노력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1년 거래액 512억원, 지난 10월 한 달 거래액 461억원. 명품 플랫폼 ‘발란’이 짧은 기간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지난 10월1일 새 뮤즈로 배우 김혜수를 발탁한 후 주간 거래액만 125억원을 돌파, 월 앱 신규 설치 33만, 월 사용자 수 519만명, 평균 객단가 58만원 등 발란 전체 지표가 상승했다.

발란이 고객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건 비단 TV 광고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선 개발자들이 꾸준히 웹·모바일 사이트를 고도화시켜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때마다 사이트를 안정화시킨 결과 전례 없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었고 효율적 재고관리도 가능했다.

송수현 발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지난 12일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발란 경쟁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커머스는 변화가 빠르고 고객 경험이 비즈니스에 바로 영향을 주기에 집착적인 마음으로 여러 기능들을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란은 130개 가량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고 백화점에도 없는 신상품 확보를 위해 각 해외 부티크별 상품을 매일 등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품별 최저가, 다양한 이미지 반영, 당일배송 등 프로세스도 정립하고 있다.

송 CTO는 2009년 삼성SDS를 시작으로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경력을 쌓았다. 이노윙 개발팀장에 이어 청년창업사관학고 2기에 합격해 지역기반 소상공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프리랜서 활동을 거쳐 브릿지모바일·콰라소프트 등 CTO 역할을 맡다가 현재 최형록 발란 대표와 인연이 돼 2019년 발란에 합류했다.

다양한 곳에서의 CTO·창업 경험은 발란에서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당시 발란은 10명 남짓한 규모에 불과하고 개발자는 송 CTO를 포함한 2명이 전부였다. 송 CTO는 “처음엔 당장 해야할 일들이 많았기에 개발 체계나 틀, 문화를 만들기보단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적인 개발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스케일업’ 발판 마련, 트래픽 급증에도 문제 없도록 집중”

먼저는 솔루션부터 시작해 사용자화면(UI), 간편로그인 등 모두 파편화돼있던 것들을 손봤다. 검색엔진 개선하고 기본언어를‘PHP’에서 ‘노드.js’로 바꾸는 성능개선 컨버팅 작업, 큰 이미지 사이즈를 최적화하는 작업, 기존 온프레미스 단일 서버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하는 등 구조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초기엔 사이트를 클릭하면 흰 화면이 뜨고 대기 시간은 5~15초가 걸리기도 했다. 시간은 대폭 줄었지만 현재도 상품 및 주문 규모가 커지면서 백오피스 시스템이 느려지는 문제들을 지속 해결해가고 있다. 서버 확장을 위한 대부분 컨버팅을 마친 시점은 지난 3월이다. 한 대밖에 없던 서버는 10대를 운영 중이고 현재 송 CTO는 9명 개발자와 4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IT팀 책임을 맡고 있다.

송 CTO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웹·DB·검색·세션 여러 서버들에서 CPU·메모리·IO 성능 등이 문제 될 때마다 분석하고 확장해 안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스케일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두 시간 가량 동시 접속자 수가 1만3000명이 되는 등 트래픽이 급증한 적이 있었는데 문제 없었고, 평상시도 3000~4000명 규모가 접속한다”고 전했다.

명품 플랫폼에서 특히 중요한 건 상품 판매 후 재고가 없어 품절되는 사태를 없애는 것이다. 그간 소비자들은 해외직구 및 개인판매자를 통한 명품 구매 시 결제를 한 후에도 재고가 없어 발송이 늦어져 불편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위해 발란은 각 해외 부티크나 파트너들과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송 CTO는 “상품정보가 빠르게 최신화되고 주문 발생 시 지체없이 주문 접수가 진행돼야 상품 확보가 되기 때문에 각 부티크나 파트너들과의 API 연동을 필두로 실시간 연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상품 수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주문을 받는 파트너에 대한 품절정책 등도 적용해 결국 기술적으로 발생하는 품절률은 ‘0%’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발란 재고 업데이트 주기는 빠르면 5분, 평균 30분~1시간 단위다. 가끔 기술도입이 늦은 파트너사들의 경우 최장 12시간에 한번씩 업데이트 되기도 한다. 즉 발란의 실시간 재고연동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파트너 측에서도 기술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발란은 최근 파트너가 직접 수시로 재고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파트너센터 및 파트너 API를 신설했다.

“커넥티드 리테일부터 해외진출까지 계획…문제해결능력 갖춘 개발자 원해“

발란은 이달 중 리셀 플랫폼을 시작으로 뷰티·주얼리·시계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진행한다. 또 온오프라인 옴니채널을 사용한 ‘커넥티드 리테일’을 구현해 고객이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당일에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준비 중이다. 송 CTO는 “단순 상품 영역을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편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다 오프라인 매장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며 “또 고객관계관리(CRM)을 통한 VIP 컨시어지 시스템 강화와 일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발란은 지난달 네이버·코오롱인베스트먼트·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32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받았다. 커머스 플랫폼인만큼 비용적으로는 마케팅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IT영역에서도 인프라 확장 및 모니터링·상품추천 솔루션, 협업 툴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개발자 채용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발란은 사이트 개발자, 백오피스 개발자, 데이터 개발자, 보안/인프라 담당자 등 여러 영역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송 CTO는 “물론 개발자가 명품에 관심이 있다면 더 흥미있고 디테일한 개발이 가능하겠지만 , 저 역시 ‘발렌시아가’라는 브랜드를 모를 정도로 지식이 없었기에 관련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위 ‘네카라쿠배’ 등 큰 IT기업처럼 문화가 똑같이 정비된 건 아니지만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곳보단 발전돼있어 같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결국 발란이 원하는 개발자는 커머스 흐름을 이해하고, 여기서 파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