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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평화 혹은 파괴”…‘디스테라’ 2차 베타 테스트 해보니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PC 서바이벌 게임 ‘디스테라’가 2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용자 성원에 오는 29일까지 테스트 기간이 늘어났다. 직접 체험해본 디스테라는 평소 꼼꼼하거나 디테일을 챙기는 게이머에게 잘 맞을 게임으로 보인다.

디스테라는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와 지구를 뜻하는 ‘테라’를 합친 단어다. 타이틀부터 세계관이 녹아 들어가 있다. 즉, 버려진 지구라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멀티플레이 생존 게임이다. 리얼리티매직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디스테라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에 나선다.

자신만의 기지를 건설하고 아이템을 제작해 지구에 닥쳐오는 ‘테라파이어’라는 재앙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용자 간 전투(PvP)와 몬스터 간 전투(PvE), 1인칭 생존 게임 방식이 섞여 있다. 슈팅 플레이가 중심이 된다.

이번 2차 베타 테스트를 경험하기 위해 먼저 싱글 플레이를 택한 뒤, 캐릭터를 생성했다.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테스트 기준 캐릭터는 남자만 고를 수 있었다.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기계팔을 사용하며, 프리셋으로 마음에 드는 외형을 설정할 수 있었다. 기계팔은 캐릭터 치유 효과를 높여주거나 채집량을 증가시키는 등 추후 업그레이드 진행이 가능하다.

모든 캐릭터 설정을 완료하자, ‘바네사’가 말을 걸어왔다. 초심자 입장에서 적응을 도와주는 도우미 캐릭터(NPC)다. 바네사는 첫 지시로, 게이머가 지구 도착을 위해 타고 온 ‘포드’를 F키로 해체하라고 말한다. F키를 오랫동안 누르자, 기계팔이 포드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분해하면 기본 권총인 ‘아곤’과 ‘권총탄’을 만들 수 있는 고철, 볼트, 구리선 등 여러 재료가 모인다.

아곤을 만든 뒤엔 식료품 또는 식용 식물을 채집해야 한다. 버섯이나 사슴고기 등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파밍해야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버섯을 찾는 데에만 무려 10분을 소요했다. 버섯은 제법 큼지막했는데도 당시엔 찾기 어려웠다. 채집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밟히는 게 버섯이란 걸 알게 된다. 사슴과 곰을 사냥하는 기분은 실제 상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구현됐다.

생존 게임 특성상 이용자 자체가 꼼꼼해야 했다. 이용자 체력이나 갈증, 에너지, 스태미나를 채우기 위해 ‘콩 통조림’을 주워 지니고 다니거나 물 웅덩이에서 물을 채워 다녀야 했고, ‘사슴고기’ 등을 요리해 먹어야 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날고기를 생으로 먹었다간 되려 다른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바네사는 어떤 일을 해낼 때마다 다음 진도를 알려준다. 그의 말대로 차근차근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가혹한 환경 속에서 채집한 자원들을 토대로 나만의 기지를 만들게 된다. 오픈월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원은 ‘테라사이트’다. 돌덩이에서 빛이 나는 식이다. 이는 게임 내 ‘인류의 4번째 불’이라 불리는 에너지 자원이다. 각종 시설과 도구의 재료, 조리용 연료로 쓸 수 있다.

기지 건설을 위해 처음 토대를 짓고 벽 세우기를 선택했는데, 이 와중에 인공지능(AI)로봇인 ‘오르비스 돌격로봇’이 다가와 무차별적으로 둔기를 휘둘렀다. 기지를 방패막이로 삼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곤으로 헤드샷을 여러 번 맞춰도 죽지 않던 로봇은 겨우 잘 때려잡았지만, 이내 포탑과 ‘오르비스 방패로봇’을 마주치면서 죽게 됐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사실상 진행 초반에 죽은 셈이다.

죽으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한층 능숙해진 플레이로 빠르게 생존을 위해 기지를 만들었다.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면 AI로봇을 오히려 찾아나서 전투를 벌이는 등 생존 액션에 적극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 건물과 구조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테라코어’를 설치하고, 꼭 부식방지 기능을 켜둬야 했다.

특히 이번 2차 베타 테스트에서는 불특정 이용자들과 필드 보스 공략 및 거점 점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자가 22일 저녁 게임을 진행했을 때, 싱글 플레이가 아닌 ‘공식 서버’, ‘임의 서버’ 채널에는 이용자들이 몰린 곳이 전혀 없었다.

채널은 이용자가 서로를 겨누지 않고 몬스터간 전투만(PvEOnly)하자는 식으로 목적성 있게 만들어지거나 권역별대로 구분지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쉬운 대로 통신 상태가 양호한 한국/일본 서버(100명 정원 중 5명)를 택해 들어갔다. 월드 수명은 157일6시간3분이었다. 월드 내 1분은 현실에서 약 5초의 시간이다.

로봇이 소파에 끼었다.
로봇이 소파에 끼었다.
싱글 플레이에서 익힌 생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뒤 전투든 협동이든 해봐야겠다 싶어 다른 이용자를 찾아나섰지만 오픈월드는 오픈월드였다. 5명을 찾을 순 없었지만 한 기지를 발견했다. 기지 앞 주차돼있는 자동차를 약탈했지만 주인은 끝까지 이를 몰랐다. 인원이 없어 협동 콘텐츠를 즐기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기후를 조정하거나 인공 지진을 발생시키는 등 이용자 간 상호 작용을 통해 지구 멸망을 앞당기거나 혹은 미룰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게임 진행 중간중간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AI로봇이 의자(가죽소파)에 끼이거나 한 자리에서만 움직이는 현상을 생각보다 자주 겪었다. 이용자 입장에서 로봇을 처치한 뒤 남은 개체에서 자원을 수집하기까지 꽤 수월했지만,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확실했다. 아곤이나 손에 쥐는 둔기 등으로 아무리 내리쳐도 쉽게 죽지 않는다. 이들 무기가 공격력이 약하게 설정돼 있기도 하다. 진행 초반격인 채집이 한창일 때 마주친다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한 게임 안에서 많은 걸 담아내려고 한 시도와 노력이 엿보였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때때로 피로감이 쌓이기도 했다. 또, 이와 별개로 아무런 배경음악(BGM)이 없는 게 의도적이었는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이는 이용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총소리나 주변에서의 움직임을 관찰하긴 좋지만, 생존 게임 특유의 절박함이 안 느껴질 정도로 너무 지나치게 고요하기도 하다. BGM으로 게임 내 지구 멸망을 가져오는 재앙인 테라파이어가 다가오고 있다는 힌트 정도를 흘려주는 등, 음악을 통한 장치가 어느 정도 삽입된다면 게임을 진행하는 맛이 더 나지 않을까.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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