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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결산/커머스] 비대면 시대 위한 M&A·합종연횡, 격랑 속 이커머스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 한 해 커머스 업계선 어느 때보다도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자금력을 갖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독자생존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며 업계를 넘나드는 합종연횡을 펼쳤다. 비대면 수요 대응을 위해 올해 기업들이 기반을 다졌다면 내년엔 본격 실행에 옮기며 경쟁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무게 중심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온라인 부문 매출 증감률은 3월 이후 8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두자릿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부문이 3~9월간 매월 감소해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적자’쿠팡 기업가치 100조원…신세계-이마트 손잡고 반격 준비=올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이유도 비대면 수요 확대에 있. 여기 더해 이커머스 업체들이 성장에 조급함을 느낀 건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면서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 당시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가치를 재평가 받았다. 동시에 로켓배송을 앞세워 온라인 시장을 빠른 속도로 지배해가는 쿠팡에 대응하는 기업들 모습은 가지각색이었다.

올해 커머스 업계에서 ‘빅딜’로 꼽혔던 건 단연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새 주인은 무조건 네이버 쿠팡과 함께 ‘빅3’로 들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전통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가 마지막까지 맞대결을 펼치면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승기는 신세계가 쥐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인 3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유통업계에서 조 단위 거래가 이뤄진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SSG닷컴 기반 이커머스 점유율 3%에 불과했지만 이베이코리아(12%)와 합쳐 총 15%로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2위로 올라섰다. 신세계는 물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향후 4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이마트 본사까지 크래프톤에 매각했다. 내년엔 신세계와 이베이코리아 간 협업도 차츰 확대된다.
◆1세대 이커머스 일제히 매각, 생존 위해 합종연횡 활발=새 주인과 시너지 모색=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은 이베이코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인터파크와 다나와 등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도 나란히 매각을 발표했다. 1990년대 말에 시작해 20년 가까운 업력을 쌓아온 기업들이 ‘퇴장’을 택한 것이다.

1990년대 이미 상장을 한 상황에서 주주들을 생각하면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키운 후발주자들에 공격적으로 맞대응 할 수 없었다. 최근 패션·인테리어 등을 내세운 스타트업 전문몰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고 성장하면서 1세대 이커머스들 존재는 더 희미해졌다. 인터파크는 여가 플랫폼 야놀자에 인수돼 문화여행 플랫폼 시너지를 더한다. 다나와는 코리아센터에 인수되고 시너지 창출을 모색 중이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 또하나의 특징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합종연횡이 활발했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지분혈맹을 맺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이들이 손잡은 이유 중 하나는 ‘쿠팡 견제’다. 먼저 네이버 이마트 장보기 입점을 시작으로 네이버는 신선식품과 전국배송 서비스를 보완하고 이마트몰 포함 SSG닷컴은 네이버 고객 일부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1번가와 아마존의 첫 합작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도 주목할만한 사례다.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지분투자 약정을 체결한 지 9개월만에 선보였다. 국내에선 해외직구와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1위 사업자가 없어, 직구족을 노리고 반등을 꾀한다.
◆내년 IPO·퀵커머스 경쟁 불붙는다=내년 이커머스 화두 중 하나는 기업공개(IPO)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사용자 편의성 등에 투자해 플랫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SSG닷컴을 포함해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성장해온 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이 내년 IPO 계획을 밝힌 상태다. SSG닷컴과 마켓컬리 중 어느 기업이 먼저 스타트를 끊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첫번째 기업 흥행 여부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가 재평가 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 B마트·쿠팡이츠마트가 시작한 ‘퀵커머스’시장도 격랑 속에 있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물론 오아시스마켓·메쉬코리아 합작사 ‘브이’,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텐고’도 차별화를 위해 물류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다. GS25 등 편의점 강자였던 GS리테일도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GS홈쇼핑을 흡수합병 하고 배달앱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인수하면서 퀵커머스 기반 온오프라인 융합 커머스를 목표로 제시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 이용 가치가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에 경쟁력이 좌우된다. 즉 커머스 업계는 다양한 사용자들을 단기간 모으기 위해 경쟁을 펼쳐온 셈이다. 올해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채비를 마련하는 시간이었다면 내년엔 본격 시너지 및 전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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