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넷플릭스는 왜 인도에서 가격을 내렸을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한국은 잡은 물고기?”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인도에서 요금을 대폭 인하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 나오는 소리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한국 시장에선 되레 서비스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1위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에서 배짱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인도 요금제 가격을 최대 60% 낮췄다. 베이직 요금제는 499루피에서 199루피(약 3100원)로, 스탠다드 요금제는 499루피(7800원), 프리미엄 요금제는 649루피(1만원)로 각각 인하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1만3500원, 프리미엄이 1만7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이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기습적인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부터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12.5% 올렸고,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17.2% 인상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요금을 올리는 것”이라며 “콘텐츠 지속 투자를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물론 기업이 시장 상황에 따라 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왜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한국과 인도에서 요금 정책이 다른 걸까? 인도에선 시청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많으니 ‘박리다매’ 차원에서라도 요금을 인하하는 전략을 택한 것일까? 사실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일단, 넷플릭스는 인도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7%에 불과하다. 1위는 디즈니플러스가 인수한 인도 현지 OTT ‘핫스타’(41%), 2위는 또 다른 현지 OTT 업체인 에로스나우(24%)다. 넷플릭스는 현재 아마존프라임(9%)보다도 뒤에 있다.

인도는 현지 사업자들이 OTT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도다. 핫스타의 경우 21세기폭스의 인도 자회사인 스타인디아가 2015년 출시했고, 종국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인수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점유율이 점점 줄어들는 추세다. ‘인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토종 OTT, 에로스나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반면 한국은 넷플릭스가 꽉 잡고 있는 시장이다. 빅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점유율 47%로 1위다. 토종 OTT 웨이브(19%) 티빙(14%) 시즌(8%) 왓챠(6%) 등 총 4개 업체를 합치면 넷플릭스 점유율과 같다. 한마디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이 인도와 같았다면? 웨이브나 티빙과 같은 토종 OTT들이 대항마가 되고, 넷플릭스가 이들과 맹렬하게 경쟁해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하기에 앞서 한국의 눈치를 봐야 했을 것이다. 인도처럼 파격적인 요금 인하로 점유율을 높이려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답은 ‘경쟁’에 있다. 어느 한 쪽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결코 소비자 효용이 커질 수 없다. 요금만 문제이랴, 잘 만든 국산 콘텐츠들의 지식재산권(IP)도 빼앗기고 문화마저 종속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토종 OTT들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 적어도 넷플릭스와 겨뤄볼 만한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내 OTT 사업자를 대상으로 세액공제와 자율등급제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OTT 사업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 개정을 놓고 부처간 갈등이 수차례 불거진 탓에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넷플릭스 대항마를 만드는 일,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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