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대선 기념품’ 된 NFT, 제도화 공약도 수반되길

박현영

NFT로 발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새해 메시지./페이스북 캡처
NFT로 발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새해 메시지./페이스북 캡처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대선을 앞두고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이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NFT를 직접 발행한 경험이 있을 만큼, 2030의 관심을 끌기 위한 키워드로 NFT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후보는 선거 자금 후원자들에게 NFT 영수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후보의 세해 메시지를 담은 NFT를 발행,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윤 후보의 행보는 이 후보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으나, 그 역시 NFT를 직접 발행한 바 있다. 지난달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한 윤 후보는 “대한민국 미래는 스타트업에 있다”는 방명록을 작성하고 이를 NFT로 발행했다. 해당 NFT는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아이콘’ 기반의 NFT 마켓플레이스 ‘크래프트 네트워크’에 올라갔다.

이처럼 후보들은 NFT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NFT 관련 공약에 대한 논의는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NFT에 관한 법적 문제가 숱하게 쌓여있지만, NFT가 적용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언 정도가 사실상 논의의 전부다.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P2E를 “네거티브(부정적)하게 볼 필요 없다”며 “점점 커질 게 분명한데 빨리 적응하고 활용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규제당국은 NFT를 통한 아이템 현금화에 사행성이 있다고 보고, P2E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 후보는 완화 시점이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게임 메타버스 특보단 출정식에서 이 후보는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게임과 융합하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면서 “누구나 차별 없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NFT가 적용된 P2E 게임을 무작정 허용할 경우 소득 격차나 정보 격차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이유로 규제 관련 논의가 지체되면 미래 먹거리를 뺏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이 후보의 우려와는 다르게, 전 세계적 P2E 게임 열풍이 시작된 건 비교적 소득이 낮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기도 하다. P2E 게임을 통해 NFT 아이템을 얻고 판매하면서 평균임금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P2E 게임을 시작할 수 있도록 NFT를 대여해주고 게임 방법을 교육하는 기관들도 생겼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청년층과 소통하기 위한 선거운동에는 NFT를 적극 활용해왔으나, 관련 법적 문제를 풀기 위한 공약은 ‘제로’에 가깝다.

P2E 게임뿐 아니라 NFT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NFT 마켓플레이스는 가상자산사업자로 간주되는지, NFT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NFT 하나에서 파생될 수 있는 공약이 많으나 논의된 바는 없다.

후보들이 새해 메시지나 방명록 같은 특별한 글을 NFT로 발행하는 건 NFT가 지닌 희소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희소 가치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 만큼, 그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NFT가 ‘선거 기념품’으로만 쓰이지 않도록 제도화 공약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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