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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신한은행 협력(上)] 모호해지는 통신과 금융의 경계, 신한은행 전략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백지영 기자] KT와 신한은행이 17일 9000억원 규모 동맹을 맺었다. KT는 신한지주의 주식 4375억원(약 2.08%) 상당을, 신한은행은 KT의 주식을 같은 규모(4375억원, 약 5.46%)로 취득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분교환에 나섰다.

지분교환은 서로의 이익과 실패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종의 혈맹이 맺어진 셈이다. 물론 이러한 지분교환을 통한 양사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3월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157만9112주(지분율 1.82%)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보유하게 된 KB금융지주의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 포스코와 주식을 맞교환했다. 비슷한 이유로 SK와도 지분을 맞교환 했는데 2020년 6월 전량 처분했다.

KB국민은행과 포스코, SK의 관계는 지배구조상 서로간의 백기사 역할을 떠맡는데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한은행과 KT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하다. 당장 신한은행(신한지주)은 KT의 2대 주주(5.48%)로 올라섰다. 또 양사는 TF를 조직해 금융 디지털 전환(DX) 플랫폼 등 4개 분야 23개 신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신속한 공동사업 수행을 위해 신한은행의 금융인프라 전문 인력과 KT의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 TF를 조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에 금융을 결합한 미래 디지털금융 융합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신사업으로 도출한 23개 역시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세분화되고 상용화를 전제로 나왔다는 평가다.

이미 KT 구현모 대표와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9월 미래금융 디지털전환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금융 신사업 추진과 메타버스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기반 사업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당시 협약식에서 구현모 KT 대표는 “국내 최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금융 그룹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DX 모델을 선보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디지털 융합서비스로 미래금융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KT와 신한의 만남이 양사 고객 모두에게 혁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미래금융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 협약식 이후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세부 조율을 거친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략과 관련한 협의체 등에서 KT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안을 도출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신한금융이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퓨처스랩 등을 운영하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시장의 흐름과 서비스 등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파트너로 KT와 협력을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사와 통신업체간 협력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KT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출범을 위해 우리금융그룹과 손을 잡았으며 신한은행도 2020년 SK텔레콤과 5세대(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반 미래 금융 서비스 공동 발굴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 KT의 협력처럼 금융사와 이종 산업간 협력이 보다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신한은행만 하더라도 KT와 지분교환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었지만 이러한 혈맹이 단방향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분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플랫폼 사업 활성화를 위해 비금융 사업에 대한 지분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의 정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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