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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김범수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남궁훈, 또다시 구원투수 등판

최민지
-PC방 영업→카카오게임→미래이니셔티브센터→카카오 CEO
-김범수 위기 때마다 복심 남궁훈, 해결사 역할

왼쪽부터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 남궁훈 차기 대표 내정자.
왼쪽부터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 남궁훈 차기 대표 내정자.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위기에 봉착한 카카오 리더십을 책임지겠다는 결단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김범수 이사회 의장 탈세 의혹, 여기에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집단 매각 홍역까지 겹겹이 쌓인 악재에 9만원대까지 주저앉은 카카오 주가는 이마저도 아슬아슬하다.

카카오는 지난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훈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새로운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남궁 센터장은 그야말로 김범수 의장의 복심 중 복심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잃고 있는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거듭 고민한 김 의장은 “미래지향적 혁신을 실현할 적임자를 논의하는 테이블을 열었고, 엔케이(남궁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공동체 차원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왔기에, 카카오 수장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적 비전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남궁 내정자와 김 의장은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뀐 후에도 함께한 막역한 사이다. 1997년 삼성SDS 유니텔에서 남궁 내정자와 김 의장은 선후배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남궁 내정자가 입사할 당시 김 의장은 책임연구원이었다.

이듬해 김 의장이 삼성SDS를 나와 한양대학교 앞에 PC방을 차리자, 남궁 내정자도 그를 따라서 퇴사해 전국 PC방을 찾아다니며 요금 정산 프로그램 영업에 나섰다. 당시 PC방은 한게임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이때 남궁 내정자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빛을 발했다. 남궁 내정자는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 여름방학부터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택시운전과 여행가이드 이력을 갖게 된 연유다.

두 사람은 1999년 한게임을 창업하고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된 이후 남궁 대표는 NHN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과 한국게임 총괄 등을 역임했다. 김 의장에 이어 NHN USA 대표를 물려받아 글로벌 사업 경험을 축적했다.

2008년 김 의장은 NHN을 퇴사했고, 카카오를 탄생시켰다. 남궁 내정자도 다양한 곳에서 대표를 맡아 리더십을 키웠다. 남궁 내정자 역시 2009년 12월 CJ인터넷 대표로 부임 후 CJE&M 게임사업부문(현 넷마블)을 총괄하며 CJ그룹 게임사업을 도맡았다. 하지만,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어택’ 판권 연장계약에 실패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12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낸 남궁 내정자는 공격적 행보를 보이며 모바일 게임사로 성공적 도약을 이뤄냈으나, 이듬해 일신상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이처럼 남궁훈, 김범수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카카오에서 다시 재회한다. 카카오는 2012년부터 카카오게임하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애니팡’은 흥행했지만, 이를 이어갈 차기작이부재했다. 김 의장은 다년간의 게임 사업을 총괄하고 운영해 온 남궁 내정자를 다시 불렀다. 남궁 내정자가 창업한 엔진은 다음 게임과 합병하며 카카오게임즈가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리니지를 제친 ‘오딘: 발할라 라이징’ 히트를 기록했고, 기업공개(IPO)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카카오 게임 사업 구조를 안정화하고,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최근엔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가 상생 리스크로 앓고 있자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았다. 카카오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꽃배달‧미용실 사업 등이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로 손꼽히면서, 문어발식 경영‧사업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 기업 규모에 맞게 글로벌과 혁신사업을 추구해야 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카카오 새 수장 자리를 이을 남궁 내정자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카카오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으로 ‘메타버스’를 내세웠다. ‘메타포밍’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카카오에게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산업과 글로벌 시장 등을 공략하려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땅을 일궈야 한다는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는 10살 조금 넘었다. 갑작스럽게 성장해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며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너무나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데 집중해 세계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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