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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길 잘했다"…8인치 파운드리 호황 SK·DB '함박웃음'

김도현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우시 팹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우시 팹

- 3~4배 오른 반도체 가격…대형 투자 없이 수익성 증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8인치(200mm)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몸값이 뛴 덕분이다. 감가상각이 진작에 끝난데다 제품 가격이 수배 오르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과거 구조조정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넘긴 SK하이닉스와 산업은행의 사전적 구조조정으로 매물로 나왔던 DB하이텍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2021년 매출액과 당기순손익이 각각 6999억원, 197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매출 7030억원, 당기순손익 933억원)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당기순손익은 2배 이상 증대했다.

작년 매출이 줄어든 건 사업장 이전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2020년 1분기 중국 우시 공장을 준공했다. 충북 청주 M8 공장의 200mm 설비를 중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최근 관련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매출이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파운드리 단가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로 200mm 웨이퍼로 제작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특정 제품의 경우 8배까지 비싸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시 공장 생산능력(캐파)은 월 11만5000만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라인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하면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실적이 더욱 기대되는 지점이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매그나칩반도체에서 분할됐다. 과거에는 하이닉스반도체 소속 사업부였다. 결과적으로 17년 만에 SK하이닉스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현재 키파운드리 캐파는 월 9만장 내외다. SK하이닉스는 월 20만장을 상회하는 8인치 캐파를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월 30만장 이상)에 이은 국내 2위 수준이다.

DB하이텍 상우 팹
DB하이텍 상우 팹
또 다른 8인치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2147억원으로 사상 첫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전년대비 66.8% 늘었다.

대규모 투자 없이도 우상향 실적을 나타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2021년 기준 DB하이텍은 부천 팹 월 8만장, 상우 팹 월 5만8000장 캐파를 확보했다. 2020년(부천 7만4000장, 상우 5만5000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DB하이텍은 일부 시설 추가와 공정 효율화 등으로 캐파를 늘려가고 있다.

투자 대비 영업이익이 높아진 비결은 주요 제품 가격의 오름세다. DB하이텍에 따르면 2021년 130나노미터(nm) 이하 칩 가격은 350~5784달러로 2020년(315~1500달러)보다 최대 3~4배 올랐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DB하이텍은 매각설에 시달렸다. 당시 DB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복수의 계열사들이 떨어져 나갔다. 반도체 시장이 8인치에서 12인치(300mm)로 전환하는 시기인 만큼 향후 비전도 밝지만은 않았다.

결과적으로 DB하이텍은 명맥을 유지했고 현시점에서 그룹 내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삼성과 SK 등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DB그룹은 강력하게 부정했다. 당분간 파운드리 전망이 좋기 때문에 DB하이텍을 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DB하이텍은 단기간 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캐파 증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업체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비용이 지속 올라가고 있어 두 회사의 수익성 측면에 긍정적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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