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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산' DP 이어 반도체 적용…韓 업계, '긴장'

김도현
- 韓 메모리·OLED 업체 부정적 영향…매출 축소·경쟁사 성장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애플이 부품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사 다변화와 현지 시장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128단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를 조달할 예정이다.

YMTC는 칭화유니그룹 자회사로 2016년 설립된 메모리 제조사다. 모그룹이 재정 위기를 겪었으나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영위 중이다. 최근에도 한국 반도체 장비사와 연이어 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9월 64단, 2021년 8월 128단 TLC 낸드 양산에 돌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애플은 기존 낸드 거래처인 일본 키옥시아가 지진과 화재, 원자재 오염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자 새 협력사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YMTC를 낙점했고 최근 샘플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애플은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SE’ 3세대에 YMTC 낸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아이폰SE 시리즈는 애플의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초기 공급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성능 평가가 긍정적이라면 플래그십 모델로 응용처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중국 메모리 업계의 역사적인 성과로 꼽힌다. 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제품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해외업체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기업은 자국 시장 위주로 메모리를 납품하는 수준이었다. 애플과 거래를 트면 대형 고객사를 추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분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애플의 결정은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 힘을 주려는 애플의 전략으로 보고있다. 중국 메모리 사용으로 현지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3%를 차지하면서 6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아이폰13’ 시리즈 흥행 덕분이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메모리와 조금 결은 다르지만 앞서 중국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용도 본격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LG디스플레이로 넓힌 데 이어 작년부터 BOE 제품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BOE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는 만큼 구매 물량을 꾸준히 늘릴 예정이다.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는 최고급 모델에 BOE 진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CSOT 등도 애플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멀티 벤더 전략을 철저히 지켜왔다. 중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향상되면서 채용 빈도도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모리와 OLED 시장을 장악 중인 국내 업체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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