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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톡] 안랩, 외국인 매수세도 감소··· 박스권 갇혔지만 ‘자력 탈출’ 어렵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안랩의 주가가 우하향 추세로 접어들었다.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던 외국인 매수세도 멈췄다. 주가가 답보 상태를 보이며 박스권에 갇힌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8일 기준 안랩의 종가는 전일대비 3.2% 내린 11만1200원이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3월 24일 최고가 21만8500원 대비 49.1% 내렸다.

거래량도 뚝 떨어졌다. 지난 5거래일 동안 안랩 주식의 거래량은 186만601주다. 전주 635만8179주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2주 전 대비로는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안랩은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5거래일 동안 2228만2341주가 거래됐다.

외국인 보유율도 떨어졌다. 1일 안랩의 외국인 보유 주식 수는 30.99%였는데 8일 30.96%로 0.03%p 감소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외국인 매수세도 4월 첫째주(4월 4일~8일)에 들어서며 멈춘 상황이다.
안랩 주가 및 거래량 추이
안랩 주가 및 거래량 추이

◆개인·기관 물량 소수··· 외국인 움직임에 주가 향방 달렸다

현 시점에서 안랩의 주식을 보유 중인 개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랩의 총 주식 1036만5289주 중 안랩이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132만8072주다. 여기에 안찰수 창업주와 안 창업주가 출연한 동그라미재단이 286만주를 보유했다. 전체 주식의 40.4%인 418만8072주가량이 통상 거래되지 않도록 묶여 있다. 여기에 외국인이 보유 중인 309만9964주를 제외하면 국내 개인·기관 투자자가 보유 중인 안랩의 지분은 307만7253주, 29.6%가량이다.

연이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단일 2대주주로 등극한 미국 자산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First Trust)는 관망 중이다. 퍼스트트러스트는 3월 18일 장중 안랩 지분 10% 이상을 사들이며 안랩의 주가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퍼스트트러스트가 보유한 안랩 지분은 14.96%다. 3월 18일 10만592원에 매수한 뒤 3월 24일 17만1447원에도 매수했다. 평균 매수가는 10만6480원으로, 24일 최고가 기준 2배 이상 수익을 기록했으나 8일 기준으로는 4.4%로 수익률이 급전직하했다. 최초 매수 후 현재까지 매도한 기록이 없다.
안랩 외국인 지분 보유율 동향
안랩 외국인 지분 보유율 동향

◆안철수 창업주의 ‘정치 철수’가 하락 요인··· 해석은 동상이몽

안랩의 주가 하락의 요인은 안철수 창업주의 국무총리 고사 및 지방선거 불출마로 평가된다. 다만 여기에도 여러 해석이 붙는다.

안랩을 ‘정치 테마주’로 인식하는 측에서는 안철수 창업주가 정치적으로 후퇴에 가까운 행보를 보임에 따라 기대감이 식었다고 분석한다. 안랩의 사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안철수 창업주의 테마주로 인식하는 유형이다.

반면 안철수 창업주의 주식 ‘백지신탁’이 무산된 것을 하락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사이버보안 사고가 반복됨에 따라 정보보안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과는 별개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정보보안기업들을 인수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디언트나. 구글은 54억달러(한화로 약 6조6000억원)를 들여 맨디언트를 인수했다. 맨디언트는 2021년 기준 매출액 4억8300만달러, 영업손실 3억5300만달러를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투자 관점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인수이나 맨디언트 인수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참여하며 경쟁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보안기업과 합병한 뒤 몸값을 띄운 사례가 있다. 5월 기업공개(IPO) 예정인 SK쉴더스다.

물리보안기업 ADT캡스와 정보보안기업 SK인포섹의 통합 후 사명을 바꾼 SK쉴더스는 물리보안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나 SK인포섹을 품었다는 이유로 높은 기업가치/세전 영업이익(EV/EBITDA)을 적용, 시가총액 4조7016억원으로 평가됐다. 실적 면에서 우월한 에스원이 8일 기준 시가총액 2조7435억원인데, 그보다 1.7배가량 높게 평가됐다.

SK쉴더스는 평가액 대비 40~25%가량의 할인을 적용, 시가총액 2조8005억~3조5052억원으로 희망 공모가를 정했다. 최소가가 에스원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SK쉴더스는 EV/EBITDA 산정이 비교 대상으로 에스원과 안랩을 함께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창업주가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탈 안철수’하는 것이 안랩의 주가에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이다.

◆실적으로는 현재 주가 유지 어렵다··· ‘정치’ 내지는 ‘인수’ 없으면 하락

해석은 제각각이나 결국 안철수 창업주의 행보에 주가의 향방이 달렸다고 분석하는 것은 같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안랩의 현재 주가는 기존 주가 대비 많이 오른 상태다. 대통령 선거 직전일인 3월 8일 안랩의 종가는 7만800원이다. 1개월 전 대비 50% 이상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8일 종가 기준 안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6.4배다. 다만 2021년 안랩은 금융 수익으로 277억원을 벌어들였다. 2019년, 2020년에는 43억원의 금융 수익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금융 수익은 단기 이익으로 가정할 수 있다. 실제 PER는 더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EV/EBITDA의 경우 약 30배다.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과 비교했을 때 안랩은 실적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PER 기준 이글루코퍼레이션은 11.6배, 지니언스는 16.4배, 윈스는 12.1배 가량이다. 국내 대표 정보보안기업이라는 이름값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랩의 박스권 탈출을 위해서는 안철수 창업주나 외국인의 투자, 인수합병(M&A) 등 이슈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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