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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영호 웹젠지회장 “게임사관학교 별칭은 떼내야 할 숙제”

왕진화
-“최초 파업이라는 타이틀, 부담 있지만 회사 발전 위해 지키겠다”
-“연봉 인상=이직 공식, 깨기 위해 노력할 것”
판교 PDCC 센터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판교 PDCC 센터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웹젠에는 ‘게임사관학교’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양측이 원하는 협상 테이블이 잘 안 맞아요. 보통 여기 들어오면 1년 채우고 다 이직을 합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남은 이들이 그를 가르쳐 어떻게든 계속 메꾸게 하죠. 그런데 회사는 이를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데일리>가 13일 웹젠 본사에서 만난 노영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이하 웹젠지회) 회장은 “임금 협상은 제대로 짚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처럼 지적했다.

노영호 지회장은 동료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웹젠지회가 다시 꼭 나서야 할 때라고 여겼다. 웹젠은 지난 2년동안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냈다. 다만 노조가 임금교섭을 지난해 시작하려고 할 때부터 사측이 대화나 협상할 의지를 생각만큼 보이지 않아 놀랐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노 지회장은 “그간 웹젠은 언론에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해 왔지만, 정작 사측이 노조에는 한 번도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면서 “쟁의행위가 가결된 지금까지도 아무런 접촉이 없다”고 말했다.

웹젠지회는 파업을 결정했다. 시기는 조율 중이다. 웹젠지회가 실제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게임업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 대해, 노 지회장도 부담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주변 정보기술(IT)업계 노조에도 해당 영향이 상당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 지회장은 파업에 대한 성공이나 실패보다, ‘하는(Do)’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됐다고 강조했다. 사례를 남겨야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마음이 앞으로 더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노 지회장은 “단 하루를 쟁의행위 해도 저희가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파업을 한 노조’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며 “본의 아니게 제일 앞에 서게 됐지만, (어찌됐든) 사례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아마 저희는 거의 무조건 파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계속 이런 식으로 대화가 안 되면, 노조 차원에서 ‘정말 같이 죽자까지 갈 거냐’ 아니면 그냥 ‘이 정도면 다음을 도모하자가 될 거냐’는 결정을 또 해야 하기에 말 그대로 부담이 엄청 심하다”며 “회사가 뭔가를 제시하거나 혹은 하지 않거나, 제시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따진 뒤 파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판교 PDCC 센터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판교 PDCC 센터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현재 IT·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일부 스타 개발자를 제외하곤 공시나 알려진 것과는 다른 연봉을 받고 있다. 각자 연봉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은 업계에 의외로 많은 편이다.

노 지회장은 노조가 없는 회사 소속원들은 연봉에 불만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단지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사내에 정확하면서도 최소한의 수익 분배 가이드라인이 없어 직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직으로 연봉을 올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 그것도 한계가 있다”며 “‘과잉된 인건비로 중소기업이 힘들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지만, 웹젠이 벌어들이는 파이에 비해선 인력들이 적게 받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가 납득할 수 있는 그 ‘분배 기준’이라도 사측이 투명하게, 상세히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웹젠지회는 지난 12일 오후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 노조가 한 자리에 모여 IT·게임업계 근로자 처우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매체에서도 다뤄졌지만, 이 또한 사측에선 별 말이 없는 상태다.

노 지회장은 “12일까지도 사측에서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김태영) 대표 고집 같다”며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따졌을 때 이 정도면 이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지회장은 “테이블로 자꾸 오라고, 협상하자고 (언론에서만) 말하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안건이나 제시안이 있어야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시안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로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웹젠위드 카카오톡 채널
사진=웹젠위드 카카오톡 채널
한편, 실제 쟁의행위가 진행될 경우 웹젠 라이브 서비스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 지회장은 “게임 이용자 및 게임 서비스에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혹시나 시행됐을 때 너무 큰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이라며 “파업을 하게 되더라도 다시 각자 일을 밀린 만큼 수습하게 될텐데, ‘그렇다면 파업이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것들이 충돌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사측에서는 “파업으로 인해 게임 사업이나 라이브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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