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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알뜰폰]<중> 논란의 IoT 회선, 제외해야 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검토 중인 가운데, 사물인터넷(IoT)회선 포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포함할 것인지 제외할 것인지에 따라 통신3사 자회사들이 당장 영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 점유율 제한 관건은 IoT회선 포함 여부?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통신3사 자회사들(KT엠모바일·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은 IoT 회선 제외 53.7%로 과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IoT회선을 포함하게 되면 합산 점유율은 31.4%로 내려간다.

점유율이 중요한 이유는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4년 대형 통신사들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직은 IoT회선을 포함해 점유율을 산정하고 있어 등록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 IoT회선을 빼게 되면 통신사 자회사들은 그 즉시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점유율 산정시 IoT회선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통신사들에 점유율 50% 제한 등록조건을 부과할 당시만 해도 IoT 회선 수는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커넥티드 연계 통신서비스를 위해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알뜰폰(통신재판매)에 뛰어들며 IoT 회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에 점유율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검토에 나선 것이다.

◆ IoT회선 급증하는데 통신사 점유율은…

IoT 회선은 자동차·원격검침기 등 IoT 기기를 연결하는 통신회선이다. 정부와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는 IoT회선이 일반적인 알뜰폰 고객회선(B2C)과는 다른 기업회선(B2B)인 만큼 이를 점유율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전체 IoT회선이 급증하는 가운데 통신사 자회사의 IoT회선 수는 계속 줄고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IoT 회선이 제외되지 않는 한 정부의 점유율 제한 등록조건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국회 과방위 양정숙 의원실(무소속)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1년 알뜰폰 휴대폰 고객회선 수는 687만건에서 609만건으로 11.3% 감소했지만 IoT회선 수는 87만건에서 426만건으로 384.8% 급증했다. 올해 2월에는 448만건으로 더 늘었고,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6%에 이르렀다. 하지만 통신3사 자회사의 IoT 회선 수는 2019년 말 25만건에서 올해 2월 21만건으로 오히려 4만건이 줄었다.

◆ 업계에서도 의견충돌…정부 판단이 관건

정부 방침과 달리 업계 일각에선 반발이 나온다. 특히 LG유플러스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통신(MNO)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대신 알뜰폰(MVNO)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도 정부가 이미 부과한 등록조건을 상황에 따라 바꾸는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규제 예측이 어렵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논리다.

한번 정한 조건을 바꾸는 것인 만큼 사업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단 주장도 나온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작년 말 통신3사에 등록조건 변경 동의를 구두로 요청했으나, LG유플러스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행법상 사업자 동의 없이도 ‘사정이 바뀌어 부관을 변경하지 않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조건을 바꿀 수 있다. IoT 증가 추이를 볼 때 충분히 ‘사정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과기정통부의 판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조건 변경에 있어 사업자 모두의 동의를 반드시 전제할 것인지 혹은 다른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인지 결정이 필요하다. 전자의 경우 LG유플러스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 등록조건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러나 올해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와 조직개편 이슈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구체적인 논의를 미루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IoT회선을 제외하게 되면 앞으로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접목될 때마다 매번 등록조건을 바꿔야 하는 셈”이라며 “충분한 법적 절차와 의견 수렴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커넥티드카 때문에 앞으로 IoT회선 수는 계속해서 급증할 것이고, 지금 IoT회선을 제외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통신자회사 점유율 규제가 의미 없어진다”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다른 견해를 내놨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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