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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여전 롯데온...나영호 대표 존재감 미미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이 출범 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뚜렷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을 겪고 있다. 롯데온 구원투수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사진>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올해 롯데온 성과가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증명할 본격적인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9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이커머스 사업부문인 롯데온 올해 1분기 매출은 260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7% 증가했다. 적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0억원이나 증가했다.

영업적자가 확대된 건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1분기 판관비는 전년동기대비 24.5% 늘어난 615억원이다. 인건비는 150억원 늘었고 정보기술(IT) 운영비도 16억원 증가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진행된 거버넌스 통합 영향이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되며 공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은 효율성을 위해 백화점·마트·롭스 등 각 사업부 내 온라인 조직을 모두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하는 거버넌스 통합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부 상품 중개수수료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2억원 감소했고, 마트·온라인 사업 손익 166억원이 이커머스 사업부에 반영됐다. 즉 내부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돼 매출이 줄고 적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대신 롯데온은 자체 플랫폼 역량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강조했다. 롯데온 자체 사이트 거래액(외부 제휴채널 거래액 제외)은 전년 1분기 대비 24.9% 신장한 6278억을 기록했다. 1분기 월평균 방문자 수는 2789만명, 평균 구매자 수는 142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2.4%, 25.7% 증가했다. 중개 상품 판매 풀 확대 지표로 활용되는 유효셀러 수는 3만4013개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6.8% 증가했다.

롯데온은 지난 분기부터 거래액 등 주요 지표를 공개하며 역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직까지 롯데온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롯데온이 출범 첫해 저조한 성적표를 거둔 후 ‘구원투수’로 이베이코리아 나영호 대표가 취임한 지 올해로 1년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올해 1분기 저조한 실적 배경을 거버넌스 통합 영향이라고 언급한 건, 여전히 롯데온이 본격적인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준비 중’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나 대표는 올해 초 “품질 중심 초신선 그로서리(식료품) 서비스로 기존 열세였던 마트 온라인사업을 반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온라인 장보기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보기 서비스에 강점을 갖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꺼낸 것도 최근 일이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롯데온은 지난달 중단했다.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새벽배송을 포기하고 롯데마트·슈퍼 점포를 활용한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한 것.

롯데온은 2020년 5월 ‘새벽에 온(ON)’ 이름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보다 먼저 롯데슈퍼가 2018년 2월 새벽배송을 도입했지만 롯데온 새벽배송과 주문 분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2년 만에 서비스를 정리했다. 하지만 새벽배송 주문채널을 롯데온으로 일원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마트몰 중심으로 운영되던 롯데온 새벽배송 역시 2년 만에 전면 철수하게 됐다. 롯데온 새벽배송 주문량은 기대만큼 많지 않았던 탓이다.

단 롯데온이 강조한 바로배송은 현재 대다수 유통업체가 이미 진출 혹은 준비하고 있는 퀵커머스 서비스와 유사하다. 배달 라이더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퀵커머스 서비스로 단기간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더군다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큰폭으로 증가하던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출혈경쟁을 벌이던 업계 분위기는 수익성 개선으로 기우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임 2년차를 맞은 나 대표가 ‘준비’를 끝내고 롯데온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게 올해 큰 과제가 됐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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