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블록체인] 무너진 테라생태계, 굿바이 루나…투자자, 남은 BTC행방에 촉각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최근 비교적 잠잠했던 가상자산 시장에 핵폭탄급 이슈가 터졌죠. 바로 '테라' 사태입니다.
가상자산에 관심이 없어서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이렇게 표현해보겠습니다. ‘시가총액이 45조원 가량인 네이버가 7~8일 만에 주가가 1원도 안될 만큼 떨어져 상장폐지 됐다’.
그렇습니다. 테라 가격을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루나(LUNA) 토큰은 약 7일 만에 최고가 10만6495원 대비 99%가량이 빠져 거의 0원에 가까운 가격에 수렴, 바이낸스를 비롯해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게 됐습니다. 시가총액(시총)이 한때 50조원에 육박해 전세계 가상화폐 자산 순위 10위권을 차지했던 루나가 이렇다 할 방어도 하지 못하고 추락했다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은 테라 사태를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연일 국내외 유명 방송 및 언론사는 테라가 촉발한 사태를 과거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빗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을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얼마나 큰 사건이길래 이렇게 전세계가 집중하는지 살펴보시죠.
◆테라 사태, 되짚어 보자
지난 9일 루나(LUNA) 토큰과 연동돼 가격을 지지하는 테라USD(UST) 코인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 40센트 밑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가상자산이 주식과 다르게 가격제한폭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UST는 1UST가 1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이었습니다. 즉 1UST가 1달러에 고정되지 못하면, 알고리즘 이상으로 존재가치가 불투명한 코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속성을 가진 가상자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 자체가 가상자산 가격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함으로써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처럼 쓰일 수 있도록 고안된 건데요. 법정화폐에 가상자산 가격을 1대1로 페깅(고정)시켜 놓은 것입니다. 태생이 이렇기 때문에 다른 코인과 다르게 일정한 가치고정값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것이죠.
UST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토큰이 바로 루나였습니다. 루나 발행 및 소각을 조정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UST 가격은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나 채권 등을 근거로 달러 가치와 연동을 담보하지만, UST는 루나와 관계를 기반으로 달러와 연동되는 알고리즘 기반 코인이었던 거죠.
예를 들어 1달러보다 1UST 가치가 떨어지면 UST 보유자가 테라폼랩스에 UST를 매도해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아 최대 20% 이익을 얻게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UST 가격이 하락하면, 테라폼랩스에 매도되는 UST가 많아져 유통량이 감소하겠죠. 이렇게 유통량이 감소하면 UST 가격이 다시 1달러에 고정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UST 지불준비금이 달러나 채권이 아닌 루나였던 셈입니다.
획기적이었죠. 법정화폐나 가상자산 등 마땅한 담보가 없다는 측면에서 일각에서는 불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UST와 루나 가격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치솟으면서 크게 조명받지 못했죠. 게다가 테라폼랩스에서 UST준비금 명목으로 대량으로 비트코인(BTC)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에 비축하면서 불안감을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달러 가치와 일대일 페깅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디페깅 이슈가 투자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은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였습니다. 금리인상 압력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영향으로 증시와 맞물려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장을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특이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연동되던 UST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부 대규모 UST 물량이 매도됐기 때문이었는데요. 두 코인은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장에서 UST 가격을 담보할 담보물이 없어 큰 자금이동을 겪을 수 있다는 위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패닉셀이었습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물량을 급하게 내던지기 시작했고 루나와 UST 모두 급격하게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처음 페깅이 깨졌을 때는 사실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고는 생각 못했을 겁니다. 사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1개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테라폼랩스에서 15억달러를 투입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당시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위원회는 UST 페깅에 대한 시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 15억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7.5억 달러씩을 BTC, UST 구매에 사용하도록 지원해 UST 페깅 메커니즘을 둘러싼 유동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UST 가격이 페깅 가격보다 아래에 있을 때 UST 구매에 자금을 투입하고, 반대로 UST 가격이 페깅 가격과 같거나 높으면 BTC를 구매하는 식"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테라 기반 유명 디파이(De-fI) 앵커 프로토콜 예치액이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생태계 전반을 흔드는 현상이 지속됐습니다. 한때 예치금 170억달러에 육박하던 앵커는 지난 12일 기준 20억 달러로 8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는데요. 그만큼 테러 생태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방증이었습니다. 결국 디페깅 문제는 해소되지 못했고, 그동안 루나도 짧은 역사 속으로 불명예 퇴장했습니다. UST 거래가 증가할수록 함께 가치가 커지는 루나는 거꾸로 UST 생태계가 흔들리자 가치가 사라진 것이죠.
◆테라, 이미 예견된 사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그러기 위해선 테라 프로젝트부터 간략히 살펴봐야 합니다. 전반적인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죠.
테라는 가상자산 투자자라면 누구나 아는 한국의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였습니다. 티켓몬스터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신형성과 권도형(도권) 대표가 공동 창립해 눈길을 끌었죠. 애초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제공하고자 만들게 됐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테라가 만든 스테이블코인 UST가 촉망받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UST를 실제 화폐와 같이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에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굉장한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라가 간편결제앱 차이(CHAI)와 협업해 국내 결제 시장에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장에 첫발을 뗀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아직 가상자산 결제에 대한 업계 확신이나 명확한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이커머스에서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겠죠.
특히 담보가 아닌 알고리즘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UST가 성공하려면, 지속해서 수요가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테라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UST 수요를 지속해서 발생시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UST를 매수해 앵커에 예치하면 19.5% 이자율을 지급하는 것이었죠. 성공적이었습니다. 매력적인 이자율로 인해 UST 수요가 커졌습니다.
예치자가 UST를 맡기면, 대출자는 루나나 이더리움(ETH)와 같은 가상자산을 유동화 시켜 담보로 삼고 대출하면서 끊임없이 UST와 루나의 공급과 수요를 일으켰죠.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UST 앵커 예치율(TVL)을 보면 이를 실감케 합니다. 지난 6일 기준 앵커 프로토콜 예치 규모는 140억9077만 UST였습니다. 당시 UST 시가총액 대비 약 75%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최근까지 UST 수요 대부분이 높은 이자율을 받기 위한 예치금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UST 가격이 떨어지고 디페깅 현상이 나타나자, UST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앵커 예치금을 대거 회수하는 등 뱅크런이 지속됐고, 생태계가 회복되기 힘들도록 붕괴된 것입니다.
그동안 시중은행 금리와 비교해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앵커 존재는 비판론자들에게 테라 생태계 지속가능성 문제를 제기하게 했습니다. 대출자가 없으면 수익률 20%를 담보하지 못하는 구조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출자를 유인할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물론 ANC 토큰을 대출자에게 보상으로 준다는 유인책이 있었지만, 이것도 한시적인 마케팅이었죠.
또 LFG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결국 대출을 지속시킬 근본적인 UST 수요 유지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수익률을 다른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 수준으로 낮추는 방법도 있지 않냐고요? 그렇게 되면 UST 수요의 큰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자율 조정에 들어가긴 했지만, 단기에 이자율을 대폭 낮출 수 없게 구조가 재설계 된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은 여전했습니다.
비판론자들은 UST의 막강한 이자율을 지속해서 지급하기 위해서 테라 시스템은 루나를 시장에 발행해 매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테더(USDT)와 같은 담보 형식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를 담보로 하는 것과 다른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알고리즘 형식 UST는 가격이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한 돈으로 UST를 사들여 결국 UST가격을 1달러에 맞추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요새와 같은 하락장에서 떨어지는 UST를 끌어올리기 위해 루나를 발행해야 하고, 그만큼 루나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이 있었죠. 결국 루나를 받아줄 자본이 시장에 계속 투입돼야 해서, 이 자본이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었죠. 쉽게 말해 루나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즉 투자자끼리 폭탄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바라봤던 거죠. 만일 여기에서 UST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루나를 지속 발행하지만, 루나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루나 가격 붕괴라는 폭탄은 터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 일은 벌어졌죠. 루나가 가격이 지속해서 빠르게 하락하면서 UST가 루나 시총을 역전합니다. 즉, 루나를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다 판다고 해도 UST를 1달러로 환급해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죠. 소유자금보다 빚이 많은 상태, 루나는 이렇게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투자자, 지금 이 시각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은?
우선 남아있는 문제는 테라폼랩스 재단인 LFG가 테라 생태계 준비금으로 BTC를 매집해 왔다는 점입니다. UST가격이 붕괴했을 때 보유 BTC로 UST를 사들이면서 BTC 역시 이번 일로 가격 하락세가 더욱 거세졌는데요. BTC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팔아 그 자금으로 UST를 사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남은 BTC 추적에 큰 관심이 있겠죠. 아직 LFG가 보유하고 있던 BTC가 정확히 어디에 사용됐는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지난 5일 LFG는 트위터에 총 20억 달러 상당의 8만394BTC 보유 사실을 알렸는데요. 이 중 공식 지갑에는 7만736BTC가 있었고, 나머지 9658BTC 소유분 지갑 주소는 아직 공개된 바 없습니다.
20억 달러가 들어있던 지갑의 잔액도 0원입니다. 지난 8일 LFG가 디페깅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7억5000만달러 상당 BTC를 대출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2억 달러 상당 BTC와 9658BTC가 어딘가 존재한다는 건데요.
이 BTC들이 재단에서 공식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에 가상자산 투자자 손실에 관한 법령이 없는데요. 금융당국이 나서서 테라폼랩스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나 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재단이 남은 BTC로 피해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가 국내 법인을 해산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먹튀 의혹이 번지는 상황도 함께 포착되고 있습니다.
또 테라 생태계가 부활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권 대표는 지난 14일 테라 생태계 부할 계획을 테라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제안한 상태인데요.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하드포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는 소프트포크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이에 대해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네요.
◆전세계 가상자산 규제, 시계 빨라지나
UST 사태에 가상자산이 크게 흔들리고 있죠. 지난 12일 가상자산 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우리돈으로 약 257조원 입니다. 이 사태를 국내외에서 예의주시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자산 규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지난 11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UST폭락을 언급하며 규제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는데요. 그는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현행법상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한 포괄적인 기준이 없는 만큼,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를 은행처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옐런 장관 입장입니다.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거래소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겠죠. 가상자산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발행 코인 자체에 대한 규제 근거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없습니다. 아직 당국이 개입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관계자들은 테라 생태계 실패가, 전반적인 가상자산 실패로 여겨질까 우려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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