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망사용료 2R]⑤ 넷플릭스가 ISP라고? “CDN 일뿐”…‘빌앤킵’ 둘러싼 공방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넷플릭스가 이번엔 자신들은 캐시서버인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스스로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새롭게 펼쳤다.

ISP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와 상호무정산(빌앤킵·Bill and Keep) 관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OCA가 ISP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처음 듣는 얘기를 하는데 상당히 무리한 주장”이라며 “넷플릭스는 이번 변론 이전까지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18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서는 넷플릭스의 ISP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한 공방이 펼쳐지며 이목을 끌었다.

이날 변론에서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는 국내(한국) CP와는 연결의 성격이 다르다”며 “한국CP에게 SK브로드밴드는 송신 ISP 역할을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착신 ISP이며, 국내 ISP는 해외 CP로부터는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미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전세계 7200여개 ISP와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송신 ISP를 거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와 ‘피어링’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가 1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구축한 OCA는 통신망”이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통신사간 대등한 지위에서 연결한 피어링, 즉 ISP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기 때문에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OCA는 ISP가 아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불과하며, CDN이 ISP와 연결될 때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지위는 완전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ISP임을 전제로 답변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ISP는 망을 소유 또는 임차하고 트래픽의 양방향 소통 및 처리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제2조 11호 역무에 따른다.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버라이즌, AT&T 등이 대표적인 ISP다.

반면 CP는 ISP의 망에 접속후 망을 이용해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등이 CP에 해당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넷플릭스역시 지난 2020년 제출한 소장에서 스스로를 ISP가 아닌 CP라고 밝힌 바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가통신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자로도 선정돼 있다.

무엇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OCA는 데이터를 분산된 서버에 저장하는 시스템에 불과하고, 기간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ISP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박했다.

또한 ISP들은 트래픽 송수신 여부가 아닌 ‘자신들이 소유 또는 임차해 관리하는 망’을 기준으로 트래픽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송신 ISP와 착신 ISP 구분을 통한 법적 지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상호무정산(빌앤킵) 역시 동등한 수준의 ISP 사이에서 적용되는 방식인 만큼, 넷플릭스와 같은 CP와는 이에 대한 적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해외에선 ISP 간 트래픽 교환비율에 차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일방향 정산(페이드 피어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자신의 망 비용은 자신이 충당한다는게 ‘빌앤킵’”이라며 “지난 오픈넷 세미나에서 글로벌 CDN 사업자인 클라우드 플레어가 전세계 1만개 넘는 ISP들과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중소 ISP들과는 무정산 피어링을 한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측은 무정산의 근거로 피어링(직접접속)에 대한 2016년 PCH 시장조사 수치를 제시하며 99.98%는 무정산이고, 무정산의 경우 0.07%만이 서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PCH 통계에는 트랜짓(중계접속) 및 CP-ISP 간 계약관계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XP(상호접속시장)에 참여하는 퍼블릭 피어링(무상 접속)을 통해 유통되는 트래픽은 2.9%에 불과해 무정산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