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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소음도 경쟁력이 된다"…기생충, 오징어게임이 만든 '케이 사운드'의 시대

이상일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국내 OTT도 최신 사운드 기술기반 아카이브에 힘써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일상생활에서의 소음까지도 디테일하게 구현한 ‘케이 사운드(K-SOUND)’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한국산 영상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상 콘텐츠를 뒷받침 하는 음향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 서라운드 사운드에 레이어를 추가해 다차원적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접목한 공간 음향효과에 한국적 정서를 담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상암동 라이브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돌비 애트모스-라이브톤 간담회에서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는 “영화 기생충 작업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기생충 작업이 케이 사운드의 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당시 봉준호 감독이 영화 음향 작업을 위해 최태영 대표를 만나 요구한 것은 “돌비 애트모스로 녹음하자”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봉 감독은 “이 영화에는 수직적 개념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태영 대표는 “그때는 시나리오를 보기 전이어서 이해 못했다. 돌비 애트모스는 이전까지는 블록 버스터 같은 ‘텐트폴’ 영화에서나 쓰이는 사운드 효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나니 생활소음을 돌비 애트모스로 적용해 관객이 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영화에서 박 사장이 차를 타고 내려 집으로 올라오고 지하실에 숨어 사는 가족들이 머리위로 들리는 발걸음에 조마조마 하는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의 주 무대인 박 사장의 집에서 나는 모든 문에서 나는 소리에 대해서 의미를 뒀다. 이것만은 감독의 컨펌을 받았다”며 일상생활에서의 소음을 현실감있게 구현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게임 등 라이브톤이 돌비 애트모스와의 작업을 통해 최태영 대표는 ‘케이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전에 영화에선 관객이 소리에 휩싸이는 ‘사운드 샤워’가 중요했는데 기생충을 통해 생활소음으로 변별력을 주는데 관심을 갖게 됐다. 조용한 상황에서도 디테일하게 상황 표현이 가능해지는 리얼 사운드, 디자인 되지 않은 사운드의 중요성을 알게 됐는데 돌비 애트모스를 통해 이런 효과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적 영화에서 한국의 정서가 쌓여있는 것이 케이 사운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돌비 애트모스에서는 좌우는 물론 전면, 후면, 그리고 위 아래 등 사실상 일상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를 360도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운드 디자이너 입장에선 다양한 오브젝트 사운드를 상상하고 디자인할 수 있게 됐으며 또 정위감과 구별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이 가능하고 사운드 레이어의 다양한 디자인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OTT 등 니어필드(근접감상)을 위한 라이브톤의 믹싱 스튜디오 전경
OTT 등 니어필드(근접감상)을 위한 라이브톤의 믹싱 스튜디오 전경

이를 바탕으로 감독들은 기술적, 예술적 연출을 극대화하는 것과 사운드의 심도 및 공간확장의 연출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한편 최태영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토종 OTT 사업자들이 사운드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얼마 전 모 국내 OTT가 콘텐츠에 대한 사운드 믹싱을 의뢰했는데 채널이 좌우로만 분리되는 ‘스테레오’를 얘기했다. 넷플릭스나 애플 등 글로벌 OTT 업체는 이미 5.1 채널, 돌비 애트모스를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멈춰서 있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제작될 K드라마 들이 기술적 스펙이 높아진다면 세계무대에 팔릴 때도 부가가치를 더 받을 수 있다. 콘텐츠 내용이 좋은 것은 당연한 가치지만 기본적인 기술사양도 높아진다면 그만큼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OTT 사업자도 최고의 사운드 믹싱 기술을 사용해 지금 제작된 콘텐츠가 10년, 20년 후에도 동일한 품질의 사운드로 관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아카이빙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현존 최고의 AV 사양 규격을 적용해 콘텐츠 제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일
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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