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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재용 부회장, 삼성 ‘반도체·EV’ 사업 점검…‘인재·기술’ 해법

윤상호
- 이재용 부회장, 11박12일 출장…반도체·EV 관련 업체 방문
- 삼성SDI·BMW·하만, EV 전략 핵심 관계사 및 고객사
- EUV 장비 독점 생산 ASML 협력 논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백승은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이 11박12일 유럽 출장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국내 재판 탓 해외 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번 출장도 작년 12월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이다. 이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다른 여느 기업 총수보다 크다. 출장을 마친 이 부회장의 소감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술’이다.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지난 7일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 (삼성SDI) 배터리 공장 방문과 고객사 BMW를 만났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위해 인수한 하만도 찾았다”라며 “제일 중요했던 것은 ASML과 반도체 연구소 IMEC를 간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대로 전기차(EV)와 반도체 사업 협력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전반은 EV 출장 후반은 반도체에 할애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일정 대부분을 비공개했다. 1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미팅 ▲ASML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간담회 15일(현지시각) ▲벨기에 IMEC 루크 반 덴 호브 CEO 등 경영진 간담회만 공개했다.

삼성은 경쟁사에 비해 EV 공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생산능력(캐파)과 수주 현황을 알리지 않는다. 캐파 확대 일정과 투자도 마찬가지다. EV 배터리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국내 업체 중 3위다. 작년 SK온에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 5월 발표한 2027년까지 450조원 투자 계획에도 EV 관련 내용은 없었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 사업을 위해 인수합병(M&A)한 업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완료한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M&A다. 지난 2017년 완료했다. 하만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400억원과 6000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액 9.4% 영업이익은 5400억원 증가했다. 기대에 비해선 더딘 성장세다.

하지만 이번 이 부회장의 행보로 삼성이 EV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부회장은 “고객도 만나고 유럽 연구원도 만나고 영업 마케팅하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라며 “자동차 업계 변화,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출장 전반을 최윤호 삼성SDI 대표도 동행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조만간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 등 EV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는 ASML을 찾은 것 자체가 화두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독점 제조사다. 2020년 공급을 시작했다. ASML 장비가 있어야 반도체 10나노미터(nm)급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ASML 등 일정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경계현 대표가 동행했다.

현재 ASML EUV 장비는 시스템반도체와 D램 일부 업체가 사용 중이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는 TSMC 삼성전자 인텔이 D램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ASML에 줄을 섰다. ASML은 2024년 차세대 장비 ‘하이-뉴메리컬어퍼처(NA) EUV’를 출고 예정이다. 기존 장비 대신 1.7배 더 작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TSMC와 인텔이 각각 2024년과 2025년 이 장비 도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이들과 경쟁하고 D램 우위를 지키려면 삼성전자 역시 이 장비가 필요하다. 이 부회장이 직전 ASML을 방문한 것은 2020년 10월이다. EUV 장비 사용 초반 TSMC와 확보 경쟁이 치열했을 때다. 이번에도 상황은 유사하다.

삼성전자의 해법은 ‘인재’와 ‘기술’이다. 인재와 기술은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경쟁력이다.

이 부회장은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과 그 다음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라며 “열심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라며 “시장의 여러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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