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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게임정책 과제③] P2E, 게임위는 ‘규제’ 콘진원은 ‘진흥’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에선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 사행성과 환금성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을 진흥시키고 있다. 규제와 진흥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국내 게임업체 모두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P2E(Play-to-Earn, 돈버는 게임)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규제대로라면 국내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P2E로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게임사들에겐 난감한 상황이다. 제대로 된 빛을 보지 못한 채 국내 반쪽 게임에 머무르거나, 해외 게임으로만 서비스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혼란에 따라 윤 정부가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고 업계 및 이용자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P2E 산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엇박자를 반복하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 및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모바일게임 총 32개를 적발해 퇴출시켰다고 밝혔다.

반면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고 있다. 콘진원이 주관하는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에는 링게임즈 ‘스텔라 판타지’ 등 P2E 게임과 소프트닉스 ‘킹덤 유니버스’ 등 NFT 기반 게임이 포함됐다.

게임위의 이 같은 면모는 블록체인 게임 분야를 올해 신성장 게임 지원 분야로 포함시킨 콘진원과 정반대다. 게임위가 게임 속에서 사용될 가상자산 및 NFT에 대해 과도한 사행성이 우려된다며 해당 부분을 제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NFT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동되면 현금화에 대한 여지가 있다는 점을 사행성 발생의 근거로 들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은 19세 이용가로도 등급분류가 되지 않는다. 즉, 성인 게임으로도 출시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은 게임 사행성 측면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에 대해 정부 차원의 뚜렷한 진흥책이 마련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콘텐츠 개발에 대한 신규 예산이 배정됐다. 국내 게임기업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형성에 뛰어들 배경이 된 것이다. 규제와 진흥을 담당하는 두 기관이 어떤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NFT 및 P2E 게임 국내 안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중심축으로 꼽히는 ‘3N(넷마블·넥슨·엔씨)’ 중 가장 먼저 블록체인을 외친 넷마블, P2E이 아닌 NFT에만 집중하겠다는 엔씨, 인기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넥슨까지 참전을 결정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규제 샌드박스만이라도 고려해달라” “다른 국가 끝물일 때 도입하지 말고 해외 추세와 같이 가야 한다”는 등 의견을 보이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의실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왕진화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의실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왕진화 기자
국내 게임사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잣대가 유독 심하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 대표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P2E를 P&E(Play and Earn)이라는 단어로 바꾸면서까지 서비스를 전면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돈 버는 게임’ 이미지보다, ‘게임을 즐기고 돈도 버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려는 의도다.

게임업계 대표들은 “최근 국내외 게임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가상자산 콘텐츠를 획득할 수 있는 P&E 장르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정작 게임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우연적 요소와 현금화 가능성을 근거로 서비스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 P&E 게임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P2E 게임이) 신기술과 사행성이라는 양면성이 있어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조인 P2E 게임 국내 서비스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지난해 게임위는 콘진원과 블록체인 등 게임 현안에 관련해 정책 엇박자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규제 현안을 포함한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게임에도 변수가 있는 만큼 두 기관이 최대한 빠르게 박자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은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의 정책적인 방향은 엇박자인 상황”이라며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 부처 및 국회 등 빠른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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