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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탈퇴할 것"...러시아의 엄포, 그러나 쉽지않은 이유

신제인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파트너십 탈퇴에 대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과거 미국과 구소련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우주협력도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된다.

러시아 관영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우주기업 로스코스모스의 유리 보리소프 신임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26일(현지시간) 회의에서 “2024년 이후 ISS 파트너십을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24년까지 러시아의 자체 우주정거장인 ‘Russian Orbital Service Station(러시아 궤도 서비스 스테이션, ROSS)’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으름장’이 현실로… 결단 이유는?

로스코스모스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어났다. 전후 사정은 아직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최근 NASA(나사)와 로스코스모스 간 불협화음이 탈퇴 결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러시아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ISS에서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로스코스모스가 텔레그램 계정에 게재한 데 대해, NASA는 “러시아가 ISS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공개 비난한 바 있다.

이전에도 러시아가 여러 차례 ISS 탈퇴를 언급하며 미국을 협박해왔지만, NASA는 “양 기관은 2030년까지 협력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도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NASA는 “최근 거론된 사안인 만큼 로스코스모스로부터 공식적인 탈퇴 의사를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아직까지는 한 그룹으로서 과학과 안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의 계획, “말처럼 쉽지 않을 것”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와 미국의 NASA는 ISS 운영의 주축이다. 사실상 두 기관 중 하나만 철수하더라도, ISS의 정상 운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로스코스모스는 ISS가 궤도에서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시스템을 부스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탈퇴가 의사표명만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SS 파트너십을 관할하는 정부간 협정에 따르면, 탈퇴를 원하는 국가는 다른 모든 회원국들에게 최소 1년 전에 서면으로 탈퇴 의사를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러시아와 미국을 제외한 14개 국가들이 여기 순순히 응할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회원국들에게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정확한 탈퇴 시기도 함께 언급해야 하는데 현재 로스코스모스는 “2024년 이후”라는 모호한 기간만을 설정한 상태다.

ISS 책임자 로빈 게이튼스(Robyn Gatens)는 러시아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주관광시대에 대비해 우주정거장을 상업적으로 소유하고 이용하고자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구상중인 자체 우주정거장 ROSS는 2024년까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기술 능력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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