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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FTX 매각설에 상한가 친 비덴트…매각은 무조건 호재?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보유한 1대 주주 비덴트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FTX에 지분 매각 협의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관련 주가에 이목이 쏠린다.

28일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 주가는 오전 10시 13분 기준 전일대비 3.53% 내린 1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비덴트 주가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것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인 FTX가 빗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FTX가 빗썸 인수를 위해 수 개월간 협상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FTX가 올해 2월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리퀴드와 6월 캐나다 거래소 빗보 등을 인수한 바 있어, 빗썸 인수설에 무게가 실렸다.

이 소식 이후 처음 장이 열렸던 지난 25일 비덴트 주가는 상한가를 쳤고, 빗썸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초록뱀컴퍼니와 인바이오젠 등도 주가가 상승했다. 빗썸홀딩스는 빗썸코리아 지분 73.56%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국내 투자자들은 빗썸이 최종적으로 FTX에 매각된다면,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복잡한 지배구조와 오너리스크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는 눈치다. 빗썸은 이미 앞서 몇 차례 매각을 추진해왔다. 한때 넥슨, 네이버 등이 빗썸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바 있다.

지난 22일 9170원이었던 비덴트 주가는 개인투자자 매수에 25일 1만1900원까지 올라 장중 거래됐다. 지난 26일에도 여전히 FTX인수설을 호재로 인식했던 개인투자자들 매수세에 1만2800원 종가를 기록했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개인 투자자들은 2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인은 176억원을 순매도했다.

빗썸 관계자는 "인수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비덴트가 한국거래소 조회공시요구에 지난 26일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바 있다"라고 인정하면서 개인 매수세는 26일까지 이어졌다.

비덴트는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지만, 비덴트는 매각 조건이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을 정한 바 없어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만2000원대 주가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빗썸 매각 이슈가 지속해서 해당 종목에 영향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FTX가 빗썸 주인이 되는 것은 호재일까?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이 빗썸 매각에서 주목하는 것은 양사 간 시너지다. FTX가 원화마켓 운영사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빗썸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효과로 꼽고 있다.

또 빗썸 입장에서 지난 몇 년간 시달린 오너리스크를 벗어나는 것에 더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사항이다. 빗썸은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사기죄 관련 재판이 3년여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의장은 1600억원대 BXA 코인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돼 3년째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소유하고 있는 비덴트 외, 디에이에이와 BTHMB 등 나머지 지분이 이 전 의장 지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FTX 매각으로 지분구조가 정리되면, 부정 이슈가 해소되고 대주주 변경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이 반등할 수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FTX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매물을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진출하면서 코인베이스와 같은 경쟁자를 견제하기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복잡한 지분구조가 정리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그 이상 효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대주주가 변경될지도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완료되면 시장에서 한 번 크게 주목받겠지만, 월가 출신이 아닌 MIT를 졸업한 샘 뱅크먼 프리드가 FTX를 창업했기 때문에 냉정하게 봤을 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 FTX 본사가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금융당국 입장에서 빗썸 원화마켓을 중단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코인 관련 사기가 기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으로써는 당연한 선택이다. 빗썸이 실명계좌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주주 변경보다는 이 전 의장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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