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롯데쇼핑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혹독한 구조 혁신을 진행,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외부 출신 경영진을 영입하며 실적 부진 고리를 끊어냈다.
하지만 롯데온은 매출과 영업익이 함께 축소하며 ‘아픈 손가락’이 됐다. 거버넌스 통합 영향이 지속되고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주춤하면서 이번 분기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버넌스 통합 영향이 끝나는 3분기부턴 개선 모습을 보이며 ‘나영호호 롯데온’이 달라진 분위기를 전할지 주목된다.
5일 롯데쇼핑은 2분기 매출 3조9019억원, 영업이익 7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82.2%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4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백화점이 전반적인 실적을 견인, 컬처웍스가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이커머스 부문 롯데온은 상반된 분위기다. 2분기 매출 257억원, 영업손실 4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0.5%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70억원 확대됐다.
영업적자가 확대된 건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2분기 판관비는 전년동기대비 16.6% 늘어난 638억원이다. 인건비는 184억원 늘었고 정보기술(IT) 운영비도 13억원 증가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진행된 거버넌스 통합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데믹 영향으로 온라인쇼핑 전반이 위축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커머스 매출과 영업이익도 함께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은 효율성을 위해 백화점·마트·롭스 등 각 사업부 내 온라인 조직을 모두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하는 거버넌스 통합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부 상품 중개수수료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0억원 감소했고, 마트·온라인 사업 손익 172억원이 이커머스 사업부에 반영됐다.
즉 내부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돼 매출이 줄고 적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년 실적을 현재와 동일한 거버넌스 통합 기준으로 적용하면 순매출은 15.3% 상승, 영업손실은 35억원 축소했다.
롯데온은 자체 플랫폼 역량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강조했다. G마켓·11번가 등 외부 제휴채널을 제외한 롯데온 자체 거래액은 60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8% 늘었다. 롯데온 2분기 평균 방문자 수는 2798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03만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평균 구매자 수도 19만명 늘어난 136만명이다. 중개 상품 판매 풀 확대 지표로 활용되는 유효셀러 수는 3만9962개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4% 증가했다.
최근 롯데온은 최근 수익성을 개선해 적자폭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새벽배송을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하다고 판단해 이를 전면 중단했다. 당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한 당일배송에 주력해며 규모를 키우기로 했지만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당일배송 주문 건수가 낮은 지역에 한해선 운영을 임시 중단하며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올해 초 “품질 중심 초신선 그로서리(식료품) 서비스로 기존 열세였던 마트 온라인사업을 반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온라인 장보기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점이 배송 서비스 역량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3분기 롯데온 실적은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8월 거버넌스 통합 과정이 이뤄진 후 이달 1주년이 되면서 다음 분기 실적부턴 전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을 살펴볼 수 있다. 회계기준이 달라서 생기는 매출 감소 영업손실 확대 흐름이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